◇ 뮤지컬|킹키부츠
관객이 대극장 뮤지컬에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췄다. 이 뮤지컬로 여성 최초 토니상 작곡상 수상자가 된 1980년대 팝스타 신디 로퍼가 신나는 디스코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블링블링’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의상과 무대, 강렬한 춤은 기본. 아버지의 긴 그림자를 극복하고 끝내 꿈을 이루는 젊은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에 따뜻한 우정과 풋풋한 사랑까지 함께 담았다. 이 뮤지컬에 미국은 토니상 6개 부문, 영국은 로런스올리비에상 3개 부문 상을 안겼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오래된 신사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 저가 공세에 밀려 매출은 악화일로, 가족 같은 직원들을 위해 공장을 살리려 동분서주하다 드랙퀸 친구 ‘롤라’를 만난다. “남자가 신어도 끄떡없는, 끝내주는 부츠를 만들자!” 사람들의 몰이해, 사회의 편견, 못난 아집과 싸우며 찰리와 롤라는 새 브랜드 ‘킹키부츠’의 밀라노 패션쇼 데뷔를 준비한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박은태·강홍석이 네 번째 라이선스 공연의 ‘롤라’를 맡았다. 6명의 ‘앤젤’들과 한바탕 드랙퀸 쇼를 펼치는 ‘랜드 오브 롤라’로 관객의 혼을 빼놓더니,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친 아픔을 노래하는 ‘못난 아들’로 눈물마저 쏙 뽑아낸다. 연애 젬병 마초남들을 꼬집는 ‘여자가 원하는 것’ 등 유쾌한 웃음 넘치는 노래도 한가득이다.
“가끔 넘어질 땐 내 손을 꼭 잡아/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넘버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에는 세상 근심·걱정 따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무조건적 위로의 힘이 있다. 11월 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 전시|‘팀랩: 라이프’展
전시장 벽면의 꽃잎에 손을 갖다 대자 금세 시든다. 폭포에 몸을 기대자 물줄기가 바뀐다. 일본을 대표하는 미술 창작 그룹 팀랩(teamLab)의 쌍방향 미디어아트 전시 ‘팀랩: 라이프’가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내년 4월 4일까지 열린다. 팀랩은 작가·프로그래머·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뉴욕·런던·파리·싱가포르 포함, 세계 주요 도시에서 누적 관람객 2800만명을 끌어들인 바 있다.
생명을 주제로 우리 주변 동식물과 파도 등의 이미지를 380평 규모 암실에 빛으로 투사하는, 화려하면서도 골머리 앓을 필요 없는 전시다. 배우 전지현과 서지혜 등 유명 연예인이 잇따라 방문해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지현의 소속사인 연예기획사 문화창고가 주최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 앨범|블랙핑크 ‘더 앨범’
블랙핑크가 데뷔 4년 만에 낸 첫 정규 앨범 ‘더 앨범’이 지난 2일 공개 후 미국 등 57국 아이튠스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러브식 걸즈’는 발매 첫날 아이튠스 월드와이드 송 차트 1위,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50 차트 3위를 기록했다.
수록곡 중 미국 래퍼 카디비와 함께 부른 ‘뱃 유 워너’는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곡.
“내 허리를 잡아/ 그런데 날 절대 함부로 하지는 마/ 날 갖고 놀지만 말고~”라는 카디비 랩 부분에 팬들은 “카디비 역사상 가장 순한 가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카디비도 트위터에 원래 하려고 했던 19금 버전의 랩을 올리면서 “역시 카디비가 많이 참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프리티 새비지’는 노래 제목처럼 기존 블랙핑크 곡들과 가장 비슷하면서도 가장 블랙핑크다운 모습을 담았다.
◇ 영화|어디갔어, 버나뎃
이웃 사이에서 기피 대상 1호인 중년 여성 ‘버나뎃’(케이트 블란쳇). 까탈스러운 말투에 매사가 불만인 그는 사람들과 말도 섞기 싫어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버나뎃은 예정된 가족 여행을 이틀 앞두고 화장실 창문을 넘어 사라져버린다. 엄마의 유일한 친구였던 딸과 일 중독자로 가정은 뒷전이었던 남편이 실종된 버나뎃을 찾아나선다.
케이트 블란쳇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괴팍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한때 천재 건축가로 승승장구했던 과거와 큰 상처를 남긴 실패들이 하나 둘 드러나며 뒤죽박죽인 내면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비포 선셋’ 시리즈와 ‘보이후드’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 인생의 의미를 담아내는 감독의 장기가 발휘됐다.
◇ 넷플릭스|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하고 아름다운 젤리의 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보여주는 세상이다.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고등학교 보건교사 안은영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본다. 이 젤리는 인간이 남긴 욕망의 잔여물. ‘명랑 판타지’란 말처럼 이 젤리를 비비탄 총과 형형색색 장난감 칼로 무찌르는 안은영의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유쾌하다. 배우 정유미는 안은영 그 자체다.
그러나 안은영이 젤리를 왜 보는지, 주변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젤리를 어떻게 믿는지, 이 드라마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다”는 정세랑의 말처럼, 눈 딱 감고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고 믿고 볼 인내심이 다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