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은 누구나 걷고 싶어하는 세계적 순례길이다. 종교에 관계없이 걷고 생각하며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여정이다. 국내에도 한국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 할 만한 걷기 좋은 순례길이 많아졌다.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고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전남 신안 기점·소악도에 조성된 순례길은 섬과 섬이 이어지는 12㎞의 길이다. 12개의 이국적인 예배당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신안군

외딴 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기점·소악도에 조성된 순례길 때문이다. 기점·소악도는 병풍도를 모섬으로 하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등 작은 섬 네 개를 말한다. 섬과 섬은 갯벌에 돌을 놓아 만든 노둣길로 이어진다.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조성 사업으로 섬을 따라 작은 예배당 열두 개를 세우고 이 예배당을 잇는 12㎞의 순례길이 만들어졌다. 섬을 잇는 순례길이라고 해서 ‘섬티아고’, 예배당 열두 개가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한다고 해서 ’12사도 순례길'이라고도 불린다. 작은 예배당 열두 개는 종교 색을 떠나 모두 건축 작품이다. 국내외 공공 조각, 설치미술 작가들이 참여해 만든 이국적이고 예술적인 건물을 만날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사색하기 좋은 장소가 돼 준다. 갯벌과 평화로운 섬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걸을 수 있는 순례길다. 기점·소악도로 가는 배편과 숙박 정보는 기점·소악도 홈페이지(www.기점소악도.com)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선비의 도시라고 불리는 경북 안동에는 안동 선비 순례길이 있다. 안동호의 아름다운 풍경과 유교 문화 유적을 따라 걷는 길이다. 총 길이 91㎞로 아홉 코스가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퇴계 이황의 숨결이 깃든 도산서원을 지나는 ‘도산서원길’과 이육사 시인의 고향 원촌마을을 지나는 ‘청포도길’ 등이 있다. ‘선성현길’에는 안동호 수면에 설치된 부교(浮橋) 위를 걷는 선성수상길이 있다. 물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자세한 정보는 안동관광 홈페이지(www.tourandong.com) 참고.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아시아 최초로 교황청의 공식 승인을 받은 국제 순례지다. 서울 도심에서 한국 천주교의 역사와 근대 건축물, 한강을 따라 걸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명동대성당과 가회동 성당, 서소문 순교성지 등 24곳의 장소를 중심으로 ‘말씀의 길’(8.7㎞), ‘생명의 길’(5.9㎞), ‘일치의 길’(29.5㎞) 등 세 코스가 있다. 자세한 순례길 코스와 안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홈페이지(martyrs.or.kr)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