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장소, 뮤직비디오, 화보 촬영지 등을 찾아가는 ‘방탄투어’가 인기다.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여행이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가 아니라도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지난 5월 어거스트디(Agust D)란 이름으로 발표한 슈가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의 타이틀곡 ‘대취타’. 조선시대 왕의 행차나 군대 행진에 사용하던 전통 음악인 ‘대취타’를 샘플링한 강렬한 힙합 곡이다.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 ‘핫100’과 ‘빌보드200’에 오른 ‘대취타’의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했다. 영화 ‘광해’를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는 경기도 용인 용인대장금파크에서 촬영한 것이다. 인정전, 연무장, 저잣거리 등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사극 세트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색다르다. 용인대장금파크는 ‘대장금’ ‘이산’ ‘해를 품은 달’ 등 인기 사극의 촬영지다. 드라마를 추억하며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충북 청주의 옛 연초 제조창은 방탄소년단의 세 번째 리패키지 앨범 ‘유 네버 워크 어론(You Never Walk Alone)’의 수록곡인 ‘낫 투데이(Not Today)’ 뮤직비디오 촬영지다. 1946년부터 '솔' ‘장미’ 등의 담배를 생산하던 오래된 공장은 2004년 문을 닫은 뒤 방치되다 미술관과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2018년 12월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연초 제조창 일부를 활용한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이다. 수장고에 있는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보존과학실을 둘러보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2019 서머 패키지 인 코리아’ 화보를 촬영한 전북 완주에는 방탄투어로 뜬 곳이 많다. 우아한 고택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로운 아원은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에서 숙박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방탄소년단이 직접 머물며 화보와 영상을 촬영했다. 현대적 갤러리와 고택을 함께 둘러보며 인증 샷도 찍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위봉산성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위패를 보호하기 위해 조선 숙종 때 축조된 성이다. 형태만 남은 아치형 석문이 쓸쓸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비낙안은 만경강과 일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을 카페다.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포인트. 방탄소년단처럼 경각산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봐도 좋다.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궁궐 경복궁이 방탄투어 코스에 추가됐다.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지미 팰런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이 경복궁에서 선보인 공연 때문이다. ‘지미 팰런쇼’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스페셜 주간 기획으로 ‘BTS Week’를 편성하고 매일 다른 곡의 퍼포먼스와 스페셜 코너, 인터뷰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복을 재해석한 무대 의상을 입은 방탄소년단은 근정전 앞마당에서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 앨범의 타이틀곡 ‘아이돌(IDOL)’을 불렀다.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등 국악 추임새가 흥겨운 아이돌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 보라색, 남색 등의 조명으로 물든 근정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근정전은 국보 제233호로 왕의 즉위식 등 국가 중요 의식을 치르던 곳이다.
1일에는 경복궁 경회루에서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의 수록곡 소우주(Mikrokosmos)를 열창했다. 국보 제224호 경회루는 근정전 서북쪽 연못 안에 조성된 2층 누각으로 왕이 신하들과 연회를 베풀거나 사신을 접대하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등 국가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소우주를 부르는 동안 경회루 하늘에선 신비로운 드론쇼가 펼쳐졌다.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진 무대를 계기로 조선시대 궁궐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경복궁을 다시 돌아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