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닭발, 순댓국, 산 낙지, 내장탕···.
내 입맛이 중장년층 입맛에 얼마나 가까운지 알아보는 테스트. 열거한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아재 입맛’이란 농담이 있다. 주로 한식이나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샐러드’도 이 테스트에 포함해야 할지 모른다. 지난해 연말 한 중소기업 송년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송년회에서 50대에 접어든 A 상무는 스테이크, 파스타 등 고열량 음식 대신 샐러드만 먹었다.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샐러드로 저녁을 대신한다.
샐오남(샐러드 먹는 50대 남성)의 출현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한 결과(20~50대 남녀 4025명 대상), 샐러드는 더 이상 20~30대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샐러드를 식사 대용으로 먹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4%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이별로는 30대(67%)가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65%), 50대(64%), 40대(60%) 순이었다. 보통 샐러드는 젊은 층이 많이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7% 포인트 내외로 크지 않았다. 특히 50대는 40대보다 샐러드를 더 많이 즐겼다.
성별로 보면 대부분 나이대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았고, 그 차이는 20대에서 가장 컸다. 20대 여성 68%는 샐러드를 식사로 먹어본 경험이 있었지만, 20대 남성은 54%에 불과했다. 50대는 남녀 차이가 가장 작았다. 50대 여성 65%, 남성 63%가 밥 대신 샐러드를 끼니로 먹었다.
50대 남성은 전체 남성 중에서 식사로 샐러드를 먹은 경험이 가장 많았다. 50대 남성 29%가 한 달에 2~3번 식사 대신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고, 일주일에 1번 이상 먹는다는 사람도 34%에 달했다. 20대 남성 중 한 달에 2~3번 샐러드를 먹는 사람은 22%, 일주일에 1번 이상은 32%였다.
남성 중역들 사이에서 인기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지난해 국내 샐러드 체인점 등을 분석해 ‘푸드 트렌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샐러드를 끼니로 섭취한 집단은 거주지가 대부분 수도권(54%)이었으며, 자영업 및 전문직(20%)의 비율이 높았다. 이들의 월평균 가계 수입은 504만원으로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았다.
실제 샐러드는 조직을 지휘하는 50대 남성 중역(重役)이나 부서장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에게는 잘 관리한 몸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소중히 쓰는 이들에게 샐러드는 간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SK케미칼 SV추진단에서 근무하는 김모(53) 부장은 3년째 구내식당에서 밥 대신 샐러드를 먹는다. 김 부장은 “나이가 있다 보니 신진대사가 느려서 먹은 것만큼 소화가 안 되더라”며 “저녁에는 약속도 많기 때문에 점심만이라도 혈압 조절이나 체중 감량 등을 위해 샐러드를 먹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50대 남성은 식사 대용으로 샐러드를 먹는 이유로 ‘건강을 위해서(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이 ‘먹기가 간편해서(20%)’였다. 20·30대 여성에게서 ‘다이어트용(37%·35%)’이란 답이 가장 많이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50대 이상 중역 중에는 유학파 등 해외 거주 경험자가 많아 점심에 가볍게 샐러드를 먹으며 일하는 문화가 익숙하기도 하다. 국내 한 대기업 대표 B씨는 점심에 간단하게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업무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B씨는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외국계 회사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