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캠스터디 모집합니다. 9월 30일 수요일부터 10월 3일 토요일까지 전일 참여. 목표 시간은 하루 9시간. 예치금 1만원. 화면에 한 손은 보여야 합니다. 그날 미달하신 분이 9시간 달성하신 분에게 각각 1000원씩 드립니다.”

추석 연휴를 2주 앞둔 지난 14일, 공무원 시험 준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캠스터디’란 웹 캠(인터넷 캠코더)과 스터디(공부)를 합한 10~20대의 신조어. 캠스터디에 참가한 이들은 각자 컴퓨터에 연결된 웹 캠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상대에게 보여줘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대개 얼굴은 보이지 않고, 공부하는 책의 일부나 한쪽 손 등을 보여주는 게 규칙이다.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10명까지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공부하는 모습을 생중계한다. 일종의 ‘온라인 독서실’인 셈이다. ‘공무원 합격 드림’ ‘수능 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 등 유명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하루 평균 5~7개의 캠스터디 모집 글이 뜬다.

한 수험생이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모습을 노트북에 틀어 놓고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 수험생의 공부하는 모습도 웹 캠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공유된다. /구루미 캠스터디

최근에는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학교 열람실이나 카페 등에서 공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캠스터디를 활용한 ‘캠공족(웹 캠 켜놓고 공부하는 사람)’이 더 늘고 있다. 시간 맞춰 다 함께 모의고사를 푸는 캠스터디, 추석 등 공휴일에 모이는 캠스터디 등이 인기다. 2018년 국내 처음으로 캠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한 ‘구루미 캠스터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근 신규 가입자 수가 500% 넘게 폭증했다.

대학생 박모(24)씨도 올해 처음 ‘캠공족’이 됐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그는 다른 학생 5명과 함께 캠스터디를 한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출석해야 하며, 하루 최소 5시간 공부해야 하는 게 이 캠스터디의 규칙. 무단결석은 벌금 1000원, 정해진 휴식시간을 초과할 경우는 500원을 내야 한다. 처음 스터디에 들어올 때 보증금 1만원을 내는데, 2주 안에 스터디를 나가게 되면 보증금 환급이 불가능하다.

박씨는 “코로나 때문에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부하면 숨쉬기가 어려워 불편했다”며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데, 캠스터디로 공부 시간을 정해놓으니 집중이 안 되는 날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를 켜놓고 공부하다 보니 처음엔 자꾸 컴퓨터 화면의 시계를 보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며 “다른 사람들이 최대한 화면에 관심을 두지 않도록 책과 손, 필기구 정도만 카메라로 찍는다”고 했다.

또 다른 캠공족인 조모(23)씨도 “평소에는 학습 공간과 휴식 공간이 분리돼 있고,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카페나 대학교 도서관을 공부 장소로 선호했다”며 “캠스터디는 이런 효과를 그대로 얻을 수 있으면서도, 오히려 영업시간 등에 방해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캠스터디에 참가 중인 수험생의 노트북 화면. 캠스터디는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외롭지 않고, 다른 수험생의 공부 시간이 화면에 표시 돼 경쟁심이 생긴다. /구루미 캠스터디

구루미 이랑혁 대표는 "처음에는 주요 서비스 대상이 비즈니스 화상회의였는데, 서버 로그에 음성을 끄고 영상만 송출하는 스터디룸을 발견하게 되면서 캠스터디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며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공유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고, 다른 친구들의 공부 시간이 실시간으로 표시돼 경쟁심이 생긴다는 점에서 캠스터디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학원형’ 캠스터디도 나오고 있다. 마치 독서실 총무처럼 관리자 한 명이 캠으로 학생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졸거나 자리를 비우는 학생에게는 직접 연락해 경고(?)한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는 학교나 카페 등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할 때, 나도 모르게 남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학업 성취에 도움을 받는다”며 “캠스터디는 간접적으로 이런 효과를 얻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지금까지는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고 하면 '나태하게 공부한다’는 식으로만 생각했는데, 언택트 시대에는 그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자생력을 키울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유행하는 공부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남을 따라 해서는 흥밋거리에만 그칠 수 있다. 어떤 공부든 스스로 필요에 의해 전략을 짜서 행동에 옮겨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