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주일 앞둔 26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583명으로 부쩍 늘자 교육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 고교는 이날부터 등교를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학원과 교습소에도 이날부터 일주일간 원격 수업을 하라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가족을 통한 코로나 감염 우려가 여전하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험생 확진 21명, 자가 격리 144명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국민 모두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모든 일상적인 친목 활동을 멈춰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11월 학생 확진자 감염 사유의 70%가 가족 간 감염으로 조사됐다”며 “수험생 가족 모두가 남은 수능 일주일 기간 동안 가정 내에서도 가급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달라”고 했다. 또 “생계를 위한 부득이한 일이 아닌 한 식사 약속도 연말 모임도 모두 취소해달라”며 “20대 감염이 19%를 차지하고 있고 무증상 감염자도 많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수능 시험장 가림막 설치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6일 광주광역시 광덕고의 한 교직원이 책상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전국 고교는 수능 특별 방역을 위해 이날부터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전 학년 원격 수업에 들어갔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이날 “남은 일주일 동안 수험생 가족은 가정 내에서도 수험생과 가급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 달라”고 했다. /김영근 기자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 통지를 받은 수능 수험생은 21명이고, 자가 격리 수험생은 144명이다. 확진 수험생은 정부 지정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자가 격리 수험생은 최대 4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별도 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른다. 교육청은 이날부터 확진과 자가 격리 수험생들이 응시할 시험장 배정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확진 수험생이 최대 172명으로 늘 경우까지 대비해 수능 응시용 병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자가 격리 수험생을 위한 시험실 784곳을 마련해 3800명까지 응시 가능하다고 했다. 확진자나 자가 격리 수험생이 지금보다 대폭 늘어도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은 “수능 전날 수험생이 검사 대상자나 확진자가 되더라도 시험 기회를 반드시 제공할 계획이니 당황하지 말고 보건소와 교육청 안내에 따라달라”며 “확진자와 접촉한 수험생은 수능 당일이라도 교육청에 알리고 별도 시험실에서 응시해달라”고 했다

◇확진자 감독관은 전신 방호복

올해 수능에 원서를 낸 수험생은 49만3433명이다. 코로나 여파로 시험실당 인원 제한이 기존 28명에서 24명으로 줄면서 시험실 수는 지난해의 1.5배인 3만1459곳으로 늘었다. 수능 관리 감독 인력도 지난해의 1.3배인 12만1592명이 투입된다.

특히 올해는 수능 사상 최초로 전신 방호복 차림의 수능 감독관이 코로나 확진 수험생이 응시하는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 배치된다. 이들은 마스크, 고글, 장갑에 레벨 D급 전신 방호복까지 착용한다. 자가 격리자가 응시하는 별도 시험장에선 감독관들이 고글, 마스크, 긴팔 가운, 장갑 등의 4종 보호구를 착용한다. 교육부는 “확진자 완치 여부와 자가 격리 종료 기간에 따라 수능 당일 병원과 자가 격리 시험장의 응시 인원이 달라질 것”이라며 “확진자 및 자가 격리자 시험장에 실제 투입될 감독관 수도 응시 인원에 따라 확정된다”고 했다.

◇확진 급증에 원격 수업 학원도 늘어

교육부는 26일 “전국 초·중·고교에서 코로나 신규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38명(26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순차적 등교가 시작된 5월 20일부터 학생 누적 확진자는 1119명으로 집계됐다. 교직원 확진자는 누적 213명으로 전날보다 8명 늘었다. 이날 등교하지 못한 학교는 전국 200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날 집계에는 수능 방역을 위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 전국 고교(2355곳)와 수능 시험장 중학교(31곳)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수능 수험생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국내 발생 500명대라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 불안해서 어디 나가기나 하겠냐” “수능을 한 차례 더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수험생 양모(19)씨는 “온 가족이 이미 2주 전부터 아침 저녁으로 발열 체크 중이고, 다들 외출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며 “차라리 코로나에 일찍 걸려 병상 시험장 환경에 익숙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까지 들 정도로 불안하다”고 했다.

수능을 앞두고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자 등원을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는 학원도 늘고 있다. 종로학원은 대면 수업 종강일을 이날로 앞당기고 27일부터 원격 수업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2월 1일까지 대면 수업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종강일을 앞당겼다”고 했다. 대성학원도 이달 말로 예정됐던 종강일을 27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