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에 쏟아진 봄비가 10일에도 이어지겠다. 이번 비는 여름에나 볼 법한 요란한 봄비였다. ‘여름 바람’으로 불리는 뜨겁고 축축한 남풍이 이례적으로 4월에 불어왔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중국 중부지방에서 서해상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오후 10시 기준 제주 서귀포(색달동)에 133.5㎜, 한라산 진달래밭 대피소에 209.5㎜의 비가 쏟아지는 등 제주와 남부지방 곳곳에 하루 100㎜ 넘는 비가 쏟아졌다. 보통 여름에 내릴 수준의 많은 비가 4월에 내린 것이다. 이날 제주는 호우경보(3시간 누적 강우량 90㎜ 이상), 남부지방은 호우주의보(3시간 누적 강우량 60㎜ 이상)가 각각 내려졌다.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한 것은 9일 새벽부터 비의 ‘씨앗’이 되는 고온다습한 남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비의 양과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수증기 양’과 ‘바람 길의 폭’이다. 수증기가 많을수록 강수량은 늘어난다. 이 수증기가 통과해 들어오는 바람길의 폭이 좁을수록 압력이 강해지면서 강하게 퍼붓게 된다.
9~10일 이틀간 일본 상공에 고기압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서해상을 통과한 저기압이 서풍을 따라 빠르게 고기압 쪽으로 가까이 달라붙으며 두 기압 사이에 좁은 ‘바람길’이 만들어지게 됐다. 고기압은 속도가 느리고, 반대로 저기압은 빠르기 때문에 두 기압이 달라붙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 좁은 바람길을 따라 가까이는 동중국해, 멀리는 서태평양에 있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큰 비구름을 만들었다.
이런 비는 남풍 계열 바람이 주로 부는 여름에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양상이 느닷없이 4월에 찾아오면서 여름비 같은 봄비가 내린 것이다. 비구름대는 밤사이 전국에 비를 더 뿌린 후 10일 늦은 오후 우리나라를 완전히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9일 밤부터 1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도 5~30㎜, 충청권 5~20㎜, 호남·영남 5~30㎜, 제주도 20~60㎜ 등이다.
10일부터는 다시 늦봄 수준의 포근한 날이 이어지겠다.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9~17도, 낮 최고기온은 12~25도로 예보됐다. 일요일인 12일 오후부터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제주에는 다시 비가 내리겠다. 13일에는 비가 제주와 남부지방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후 오는 19일까지는 큰 비 소식 없이 전국이 포근한 봄 날씨를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