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내연기관차를 팔거나 폐차한 뒤 전기차를 사면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더 준다. 전기차 주차·충전 중에 일어난 화재로 제3자가 피해를 봐 보상해야할 때 기존 보험의 보장한도 외에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하는 ‘무공해차 안심 보험’도 도입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6년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을 1일 공개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지방 보조금’으로 나뉘는데 이날 개편안은 올해 국고 보조금을 어떤 차에 얼마나 줄지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차 기본 가격이 85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5300만원 미만이면 보조금이 100%, 53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이면 50%가 지원된다.
◇‘전환지원금’ 신설...부작용 우려도
가장 큰 변화는 전기승용차 보조금에 ‘전환지원금’이 신설된 것이다. 출고된 지 3년 이상 된 내연차를 폐차하거나 팔고 전기차를 사면 별도로 더 주는 지원금이다. 지원금은 원래 받을 보조금이 500만원을 넘으면 100만원을 주고, 그 아래면 액수에 비례해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으로 중형차를 살 때 기존 국고보조금(580만원)을 더해 최대 68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게 된다.
다만 내연차를 폐차할 때만 전환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매각’할 때도 주는 것은 내연차 자체를 줄이는 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승용차 교체 주기는 15년 안팎인데 3년밖에 타지 않은 사실상 새 차를 팔고 또 다른 새 차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친환경이냐는 비판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환보조금을 악용하는 사례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부부간 또는 부모와 자식 간을 포함한 직계존비속 간 차를 주고받는 경우엔 전환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삼촌·이모·고모와 조카 간’ 등 다른 가족관계 거래 시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촌이 조카에게 내연차를 물려주고 전기차를 사서 보조금을 100만원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전기차 화재 나도 100억원까지 보상한도 보장
전기차 확대를 막고 있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도 바뀐다. 정부는 작년부터 제조사가 ‘제조물 책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제조사가 가입해야 할 보험이 ‘무공해차 안심 보험’으로 바뀐다.
무공해차 안심 보험은 전기차가 주차돼 있을 때나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해 제3자에게 피해를 배상해야 할 경우 자동차보험 등 다른 보험의 보상한도를 넘어서는 부분에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오는 3월 출시된다.
기존 제조물 책임 보험의 경우 ‘자동차의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지만, 전기차 화재 사고 중 29.9%가 ‘원인 불명’으로 판명나는 등 결함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사실상 보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에 손해를 발생시킨 이의 고의나 과실을 따지지 않고 배상을 책임지는 ‘무과실 책임 원리’를 고려해 무공해차 안심 보험을 도입했다는 것이 기후부 설명이다.
다만 무공해차 안심 보험의 경우 보장 기간이 ‘신차 출고 후 3년’으로 짧은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현대·기아차는 작년부터 제조물책임보험과 별개로 전기차 화재로 타인의 재산에 피해를 입힌 경우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그 대상을 ‘출고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차량’으로 했다.
◇‘배터리 과충전 제어’ 테슬라만 완료
전기승용차 기준 작년에는 배터리 밀도가 1L당 500Wh(와트시) 이상이면 1회 중천 시 주행거리에 따른 성능 보조금과 배터리 안전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525Wh를 초과해야해 기준이 높아진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장착하는 중국 제조사 전기차에 불리한 변경이다.
전기승용차 혁신기술 보조금과 관련해 선올해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V2L 기능 탑재 시 보조금은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고, 대신 전기차에 충전 커넥터만 꽂으면 사용자 인증부터 요금 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자동요금부과’(PnC) 기능 탑재 시 10만원을 주기로 했다.
PnC 등을 위해 정부가 보급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로, ‘배터리 상태 정보’(SoC) 파악을 통한 과충전 제어가 들어간다.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SoC 파악을 위해선 전기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현재 테슬라는 업데이트를 완료했고, 현대·기아차는 진행 중이며, 유럽 제조사들은 올해 상반기 중 업데이트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기후부는 전했다. 만약 SoC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능을 6월까지 탑재하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다.
기후부는 2027년에 전기차를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드는 ‘양방향 충·방전’(V2G) 기능 탑재 시 10만원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예고했다. 또 30만원의 보조금이 주어지는 ‘고속충전’ 기능 기준은 2027년부터 50kW(킬로와트)씩 높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