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무안공항에서 179명 사망 사고를 일으킨 제주항공 여객기(HL8088)에 탑재된 엔진(CFM56)을 제작한 CFMI가 이 엔진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기술 문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CFMI는 미국 GE와 프랑스 샤프란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CFMI는 2023년 4월 해당 엔진 고압 터빈의 블레이드(날)에 균열이 가면서 전체의 손상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기술 지시서(Service Bulletin)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엔진 제작사가 항공사, 정비사 등에게 배포하는 문서다. 최소 이 시점부터는 CFMI도 엔진 자체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CFMI가 당시 이 문서를 내놓은 건 2022년 11월 제주항공기(HL8303)가 일본 간사이를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다 엔진 결함으로 회항하는 사고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이 비행기는 1500피트 상승 시점에 ‘뻥’ 소리와 함께 엔진이 고장 났다.
이듬해 제주항공은 독일 엔진 제조사인 MTU에 CFM56 엔진 수리를 맡겼는데 MTU가 이 엔진의 구조적 결함 있다고 보고 제주항공에 관련 내용을 회신했다. MTU는 당시 “엔진 제작 중 특수 공정 및 단조 과정에서 발생한 블레이드 결함이 주원인으로 엔진 내부가 손상됐다”고 제주항공 측에 통보했다. 공정 단계에서 품질이 확보되지 못한 제작 결함이라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CFMI 입장에선 제작 결함이라는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고객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CFMI는 결함 내용을 기술하면서도, 블레이드를 교환 주기에 따라 교체하면 고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의 경우 간사이 사고 후 해당 엔진은 폐기했다. 그러나 이 엔진과 동일한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들은 운항을 계속했다. 무안공항 참사 항공기에도 이와 같은 종류의 엔진이 달렸었다. 제주항공 측은 “이 엔진은 전 세계 항공기에 가장 많이 장착된 엔진 중 하나”라며 “엔진에 장착된 고압터빈 블레이드는 제작사 권고에 맞춘 기준을 적용해 운용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CFM56 엔진은 잦은 고장, 사고 등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8년 4월 17일,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의 엔진 사고다. 당시 이 항공기는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출발해 텍사스주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엔진 폭발 사고가 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비상 착륙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제주항공은 간사이 사고를 겪은 후 지난 1월에도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 예정이던 항공기가 CFM56 엔진 문제로 운항을 취소했던 적이 있다.
사조위는 올 초 프랑스로 문제의 엔진을 보내 분석한 뒤, 엔진 결함은 없다고 중간 결론을 내렸다. 대신, 지난 7월 “조종사의 착각으로 엔진이 잘못 꺼졌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려다 유족 반발로 무산됐다. 사조위는 유족들에 조종사가 직접 손상이 심한 오른쪽 엔진 대신 왼쪽 엔진을 껐다고 했다. 이는 조종사가 제대로 오른쪽 엔진만 껐으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CFMI가 엔진의 구조적 결함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엔진 결함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은혜 의원은 “무안공항 참사에 대한 조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검증해야”한다며 “콘크리트 둔덕, 조류, 항공기 결함 등 다양한 원인 중 그 어떠한 것도 배제하고 조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