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지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14개 신규댐 중 7개 댐은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나머지 7개 댐은 기본 구상 및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기후 대응 댐’ 계획을 대폭 축소하면서 정책 감사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무원을 겨냥한 정책 감사를 폐지하라고 지시했으나, 신규 댐을 비롯해 ‘디지털 교과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전임 정부 정책을 향해서는 칼을 빼든 것이다.

1일 기후부에 따르면, ‘기후 대응 댐’ 추진 중단에 따라 감사 등 후속 조처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신규 댐 축소 관련 브리핑에서 “전 정부의 댐 신설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며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조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감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책 감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정책의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작됐으나, 전임 정부의 잘못을 끄집어내 공격하는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걸쳐 5차례 감사가 이뤄진 ‘4대강 사업’으로,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신규 댐도 ‘4대강 사업’과 같은 고강도 감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 감사가 진행될 경우 감사 대상은 기후 대응 댐 정책을 설계·마련한 기후부(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과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의뢰, 국회를 통한 감사 요구안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장관의) 감사 발언은 댐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문제는 김 장관의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감사 폐지’ 지시와 정면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정책 감사를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히고, 의욕을 꺾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며 폐지를 주문했고, 감사원은 22년 만에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사익 추구, 특혜 제공 등 중대한 잘못이 없으면 공적 정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징계하지 않는 원칙을 모든 감사에 일관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제도 정비를 마치고 올 하반기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도 전임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이미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1호 감사’였다. 지난 2월 국회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AI 교과서 도입 과정에 대한 감사 요구안이 통과됐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바로 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과정에 대한 논란, 검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의대 증원 감사도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이뤄진 ‘2000명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 문제없는지 감사해달라’는 요구안이 지난 2월 당시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면서 시작됐다. 증원 과정과 지역별, 대학별 정원 배정 과정에서 공정성, 형평성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본다는 게 감사의 목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정부 시책에 맞춰 정책을 입안, 추진했을 뿐인데 정치 논리로 하루아침에 죄인 취급을 받게 된 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