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우리나라 연 평균기온이 사상 첫 섭씨 14도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다. 브레이크 없는 온난화의 가속화로 재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4.5도를 기록해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기온이 높았다. 종전 기록인 2023년 13.7도보다 0.8도 높은 수치다.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 연 평균기온인 12.5도보다는 2도나 높았다.
작년은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을 통틀어 평년보다 덥지 않은 달이 한 번도 없었다. 작년 전국 평균 최저 기온은 9.9도로 10도에 육박했다. 평균 최고기온은 19.7도로 20도에 가까웠다. 이 역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계절상 가을에 속하는 9월에 전국 월 평균기온이 24.7도를 기록했다. 평년(20.5도)보다 4.2도나 높아 사실상 가을 한 달이 삭제됐다.
무엇보다 ‘14도’ 선이 처음 깨졌다는 것은 앞으로 온난화가 빚어낼 이상고온과 기상이변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가 겪은 기상은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 ‘서울 34일 연속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 ‘11월 폭설’ 등 여태 겪어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연 평균기온이 13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3도’ 선을 돌파했다. 1994년과 1998년 두 차례 13도를 넘겼으나 이는 ‘예외적 더위’라는 평가가 많았다. 2000년대 들어선 연 평균기온이 13도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2010년대 들어 3차례(2015·2016·2019), 2020년대 들어선 2022년(12.9도)을 제외하고 매년 연 평균기온이 13도를 넘어서다가 이제는 14도 선까지 치솟은 것이다. 기온이 추세적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작년 같은 더위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매년 더위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반도의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 주변을 둘러싼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1년 내내 온도가 예년보다 3~4도가량 높았다. 이로 인해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량이 많아지며 작년 장마철엔 비구름대가 팝콘 튀기듯 갑자기 커지면서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역대 가장 많은 9차례 쏟아졌다. 장마가 끝난 후에는 밤마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뜨거운 열풍이 불어오며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심했다. 습도가 높아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해만 뜨면 오전부터 기온이 30도를 넘어섰고, 8월 초 경기 여주에선 수은주가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겨울에 들어서도 고온 현상의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寒波)가 수차례 찾아왔으나, 기온으로만 따지면 평년 수준을 밑돈 지역이 한 곳도 없었다. 그만큼 포근했다는 뜻이다. 재작년만 해도 12월 중순에 기온이 영하 20도가량 떨어진 곳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겨울이 크게 따뜻해진 셈이다. 기상청은 올 1~2월에도 예년보다 포근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고온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작년 1~11월 평균 지구 표면 기온은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보다 0.72도 높았다. 아직 12월 기록이 집계되지 않아 작년 전체 평균기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산업화 이래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재작년의 같은 기간 기록보다 작년 값이 0.14도 높아 사실상 기록 경신은 기정사실인 상황이다. 연구소 측은 “작년 지구 기온이 사상 처음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