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한여름 더위로 16일 전국 기온이 올 들어 가장 높았다. 강원도 강릉·속초·동해는 역대 5월 중 가장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17일은 같은 더위에 습도까지 올라가며 한여름처럼 후텁지근한 날씨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로 유입되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 고온 다습한 바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16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1.2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하루를 보냈다고 밝혔다. 강릉(35.5도), 속초(34.4도), 동해(33.5도) 등 동해안 일부 지역에선 역대 5월 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동해안 최고기온은 중국 쪽에서 들어온 고온 건조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내려가면서 더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울진(34.9도), 부안(31.9도)은 역대 둘째로 높은 5월 날씨로 기록됐다.

여름으로 '풍덩' - 때 이른 한여름 더위로 전국 각지의 기온이 올 들어 가장 높았던 16일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에서 남성 관광객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이날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5.5도까지 치솟아 역대 5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17일은 습도까지 올라가며 후텁지근한 날씨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

기상청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17일에도 계속되겠다고 16일 예보했다. 이번 더위는 우리나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다.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남서쪽에 있는 15~16일에는 중국에서 고온 건조한 서풍(西風)이 유입됐다. 기온은 높아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고 특히 밤에 산책하기 좋은 선선한 날씨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한반도가 구름 없이 맑은 고기압 영향권에 한동안 놓이며 맑은 하늘로 햇볕이 지표를 계속 달궜다.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른 동해안을 중심으로는 고온의 서풍이 지속적으로 불면서 16일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못해 열대야(熱帶夜)도 예고됐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이다. 강원권에서 가장 이른 열대야는 강릉에서 기록된 2019년 5월 24일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이른 열대야 기록은 경북 포항의 2018년 5월 16일이다. 동해안에 열대야가 나타나면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에 포항과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된다.

17일도 여전히 무덥겠지만 피부가 끈적해지겠다.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남동쪽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본 쪽에서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이 한반도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입되는 바람의 성격이 ‘고온 건조한 서풍’에서 ‘고온 다습한 남풍’으로 바뀌며 습기가 추가된 것이다. 같은 30도 안팎의 한낮 기온이라도 습기가 높아 눅눅하고 체감온도는 더 올라가겠다. 다만 체감온도가 31도 수준이라 ‘33도 이상’일 때 발효되는 폭염 특보는 발표되지 않겠다. 17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12~21도, 낮 최고기온은 23~32도로 예보됐다.

17일도 햇볕이 내리쬐면서 16일 오후 서울 곳곳에 발령된 오존주의보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오존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을 초과하면 발령한다.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눈과 기관지 등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반도가 대기 흐름이 잔잔한 고기압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미세 먼지도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겠다. 17일 미세 먼지 농도는 부산·울산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대구·경남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성 고기압이 빠져나간 자리를 저기압이 채우면서 18일부터 더위가 한풀 꺾이겠다. 구름을 몰고 온 저기압 덕에 날씨가 흐려지면서 낮 기온이 16일보다 중부지방은 5도 내외, 남부지방은 5~10도쯤 떨어지겠다. 18일 저기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주도와 남해안에는 곳곳에서 비가 내리겠다. 전국 한낮 기온도 19~24도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