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비가 내린 후에는 공기가 깨끗해진다. 대기 중 먼지가 빗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비가 그친 7일 전국 곳곳 미세 먼지 농도는 오히려 나빠졌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며 이날 아침 기온은 뚝 떨어졌다. 바람이 비교적 강하게 불었는데도 안개에 미세 먼지가 달라붙은 연무(煙霧)가 종일 사라지지 않으면서 공기가 뿌옇게 보였다.
이런 기현상이 생긴 이유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 입자들이 북쪽에서 내려온 ‘찬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 왼쪽으론 고기압, 오른쪽으론 저기압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사이로 ‘바람의 통로’가 형성됐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황사 섞인 찬 공기가 이 통로로 유입되고 있다.
공기는 따뜻하면 위로 뜨고, 차가우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번에 한반도로 들어온 황사 입자들은 차고 건조한 바람에 몸을 실었다. 찬 공기를 타고 유입된 먼지가 대기 하층으로 깔리면서 미세 먼지 농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황사가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라 공기가 탁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발 황사가 발원해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기온, 바람, 기압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이 올 들어 최악의 황사에 휩싸였지만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 한반도가 이동성 고기압의 한가운데 위치하면서 마치 ‘태풍의 눈’에 놓인 듯 공기 흐름이 잔잔했기 때문에 편서풍을 탄 황사 유입이 많지 않았다. 또 따뜻한 서풍도 유입돼 기온이 차츰 올라가고 있었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들어온 황사 입자들이 지표면까지 많이 내려오지 않고 대기 상층에 떠 있었다. 그러다 우리나라 북쪽에서 일본 쪽으로 빠져나갔다.
이번 황사는 8일까지 우리나라로 계속 유입되다 일요일인 9일부터 차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일 중국과 내몽골고원에서 또다시 황사가 발원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주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