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드론 택배’가 제주도~가파도 구간에서 올 하반기 시작된다. 일부 기업이 몇몇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드론 배송’을 한 적은 있었지만, 정부가 예산을 들여 상업용 ‘드론 택배 하늘길’을 만들고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가파도의 드론 택배가 자리 잡으면 상황이 비슷한 다른 섬 지역 100여 곳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 가파도 드론택배 예상도/국토부

국토교통부는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의 13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 유상 드론 배송을 올 9월쯤 본격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가파도는 제주도에서 남서쪽으로 4㎞ 정도 떨어진 섬으로, 거주 인구가 200여 명에 그쳐 택배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택배사들이 제주도 운진항에 물품을 배송해 놓으면, 섬 주민들이 수시로 여객선과 행정선을 10여 분간 타고 운진항으로 나와 배송품을 가져가고 있다. 드론 택배가 실시되면 이런 불편이 없어진다.

반짝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 밭담(돌로 쌓은 밭의 경계)이 마치 그림을 그린 듯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가파도가 가깝게 보인다. 윗쪽부터 마라도, 가파도, 제주 본섬 해안 모습. 2023.03.03. /뉴시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제주도와 가파도에 각각 택배용 드론의 이착륙장을 올 상반기 안에 만들 예정이다. 택배사들이 물량을 제주도 운진항 인근 드론 이착륙장에 쌓아 놓으면, 민간 업체의 드론들이 이를 가파도까지 배송하게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거운 배송품은 중량급 드론을 통해 가파도 이착륙장으로 배송하고, 가벼운 물건은 경량급 드론을 써서 제주도에서 바로 가파도 주민의 집 앞마당으로 배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제주도~가파도 사이에 택배용 드론 항로도 올 상반기 안에 만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드론이 사고로 추락해도 인명·재산 피해가 없도록 항로를 짜야 한다”며 “드론 운항이 가능한 풍속 등 날씨 조건과 운항 속도 및 높이 등을 정한 안전 기준도 상반기 안에 만든다”고 했다. 가파도 드론 택배에 필요한 인프라를 상반기에 갖춘 뒤 하반기에 드론 배송 업체들을 뽑아 본격 배송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드론 배송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토부는 드론 배송을 하면 택배 한 건당 대략 5000원~1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비용은 정부·지자체와 섬 주민들이 나눠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드론 배송이 안정화되면 투입 비용도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국내에선 드론 배송 서비스가 있었다. 편의점 업체들은 2021~2022년 강원도 영월군의 한 야영장이나 경기도 가평수목원 인근 펜션에서 드론을 이용한 상품 배송을 이미 시작했다. 한 피자 업체도 비슷한 시기 세종시 호수공원 안에서 드론 배송을 3개월간 시범 실시한 적이 있다. 운항 제한이 없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 몇몇 기업이 자체적으로 드론 배송을 해보는 시범 사업의 성격이 짙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가파도 드론 택배는 정부가 전용 항로와 이착륙장, 안전 규정까지 만들어 드론 택배를 키우려는 것”이라며 “일부 기업들의 시범 운행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작년 12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의 소도시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구글의 계열사 윙(Wing)과 대형 유통 업체 월마트도 드론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윙은 버지니아주와 텍사스주 일부 지역에서 드론으로 배송하고 있고, 월마트도 최근 미국 6주 400만가구로 드론 배송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는 민간이 드론 배송을 주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드론 배송 항로와 이착륙장 등 인프라를 만든 사례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