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사업이 세번째 도전 끝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었다. 2025년 개항(開港)을 목표로 2005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2019년 환경부가 ‘법정 보호종 및 조류(鳥類) 서식지 보호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수차례 제동을 걸면서 중단된 바 있다. 환경부가 사업 추진에 동의하면서 제2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됐다.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제2공항 사업은 기존 제주국제공항 노후화 및 포화 문제를 해결하려 2005년 처음 추진됐다. 한해 1992만명 수용을 목표로 사업비 6조 6674억원을 투입,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545만7000㎡(약 165만평)에 3.2㎞ 길이 활주로 1개를 갖춘 공항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관련 절차를 밟아오던 중 전략환경영향평가라는 암초에 발목을 잡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부와 미리 환경적 여파를 미리 살펴보고 협의하는 제도다. 환경 악영향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19년 9월 공항 건설이 사업지 일대에 미칠 환경 영향을 분석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 측에 제출했지만 내용이 미흡하다며 반려됐다. 이후 그해 12월 다시 제출한 평가서 보완서도 반려됐고, 재작년 6월 또 다시 재보완서를 제출했다. 이번 ‘조건부 동의’ 결정은 재보완서에 대한 환경부의 답변이다.
당시 반려 사유로는 ①조류 및 서식지 보호방안 미흡, ②소음 영향 평가 미흡, ③법정보호종 보호방안 미흡, ④숨골(동굴 붕괴 등으로 만들어져 많은 물이 막힘 없이 지하로 침투되는 공간) 가치 미제시 등 4가지가 꼽혔다.
국토부는 1년 여에 걸친 추가 연구를 통해 이를 보완, 올해 1월 5일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다시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KEI) 등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친 결과, ‘제5차 국토종합계획’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등 상위 및 관련 계획과의 부합성이 인정되고,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조건부 동의’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환경부는 국토부 측에 ①향후 행정계획 및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②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그에 따른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안전관리대책을 사전에 마련해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할 것 ③항공소음 영향 및 대책, 법정 보호생물 보호 및 숨골 영향 등에 대해 정밀한 현황조사와 저감방안을 철저히 강구할 것 등을 사업 추진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선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목적이 결국 ‘입지(立地) 타당성’ 여부를 보는 것인데, 그동안 환경부가 무리하게 사업 발목을 잡는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를 내주며 과제로 제시한 항목들이 향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어차피 다뤄질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제2공항 사업지로 선정된 성산읍의 경우 제주 항공수요조사(2013~2014),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2014~2015), 예비타당성 조사 완료(2016년 12월),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2018~2019) 등 6년에 걸쳐 이미 비행상 안전과 사업지 주변 자연·생활환경에 대한 환경 보전 대책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에 환경부가 수년간 사업 진행을 막을 만큼 ‘입지 타당성’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주 제2공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도 8대 지역공약’ 중 하나였다. 당시 “제주의 동과 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멋진 공항을 빨리 추진해서 사람들이 제주에 더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당초 2019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20년 용지 보상과 함께 공사를 시작해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했었다. 연간 제주도 전체 항공 수요 4109만 명, 운항 횟수 25만7000회 가운데 46% 수준인 1898만 명, 11만7000회를 개항 30년이 되는 2055년엔 제2공항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고, 윤 대통령은 조속한 사업 추진을 약속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