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제주 ‘중산간’ 지역을 별도 기상특보 구역으로 세분화한다. 중산간(中山間)이란 해안과 산 사이 고지대를 뜻하는 것으로, 섬 중심에 한라산이 자리잡은 제주 특성상 사람들은 주로 중산간에 거주하고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한라산에 1000㎜ 이상의 비가 내린 후인 지난 9월 7일 백록담이 만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기상청은 오는 30일부터 ‘제주도북부중산간’과 ‘제주도남부중산간’이라는 새 육상특보 구역을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제주도북부중산간과 제주도남부중산간은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해발고도가 ‘200m 이상 600m 미만’인 지역이다.

현재 제주 육상특보 구역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산지, 제주도동·서·남·북, 추자도 등 6개다. 이달 말부턴 여기에 북부중산간과 남부중산간이 더해지면서 구역이 총 8개로 구분된다.

기상청이 이런 세분화를 결정한 것은 제주 날씨가 한라산 일대, 해안가, 중산간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제주는 해발고도에 따라 지역을 나누기도 하는데, 통상 ‘해발고도 200m 이하’인 지역은 ‘해안’, ‘200m 이상 600m 미만’은 중산간, ‘600m 이상’은 산지로 분류한다. 제주는 55%가 해안이고, 중산간은 30% 정도다.

지난 8월 17일 오후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려 평소 건천인 제주시 '한천'에 산간에서부터 내려온 흙탕물이 거세게 흐르고 있다. 이날 제주에는 시간당 30㎜ 안팎의 장대비가 쏟아져 낮 12시까지 한라산남벽(산지) 322.5㎜, 윗세오름 301.0㎜, 제주가시리(동부) 173.5㎜, 성산(동부) 159.1㎜, 서귀포(남부) 201.2㎜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뉴스1

제주에선 한라산 정상 부근과 해안 지역에서 강수량이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 1월 이후 ‘한라산 정상 부근 강수량’과 ‘제주 해안지역 강수량’이 100배 이상 차이났던 것은 46번 있었다. 이중 14번은 한라산 정상 부근에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린 경우였다. 한라산 정상과 제주시 북쪽 해안의 거리는 약 17km로, 직선거리로 계산하면 차량으로 20분 안팎에 도착할 정도로 가깝지만 날씨는 천양지차인 셈이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평년(1991~2020년 평균) 연강수량은 각각 1502.3㎜, 1989.6㎜에 달한다. 그런데 해발고도가 760m인 한라산 성판악의 경우 평년 연강수량이 4381㎜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2배가 넘는다.

비는 대부분 한라산에 내린다. 지난해 제주지방기상청이 발간한 ‘위험 기상 특성 분석을 통한 제주 예보구역 효율화 방안 기획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산지엔 ‘3시간 누적 강수량’ 기준으로 호우주의보 수준의 비가 연평균 9회 이상, 호우경보는 4회 이상 내린다. 중산간에는 ‘3회 이상 5회 미만’ 내리고, 해안은 연평균 2~3회에 그친다.

올해 1월 11일 오전 10시 기준 제주도 해발고도에 따른 적설량 차이. /제주자치경찰단

고도 차이로 제주의 겨울은 해안에선 비가, 중산간부턴 폭설이 쏟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제주시에는 2010~2020년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수준의 눈이 내린 경우가 13차례에 불과했으나, 해발고도 377m인 제주시 아라일동 산천단에는 같은 기간 대설주의보 수준의 눈이 28차례, 대설경보 수준의 눈이 2차례 쏟아졌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 읍면동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 중산간 지역인 아라동으로 조사됨에 따라, 중산간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기상정보 구축에 착수했다.

전재목 제주지방기상청장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의 독특한 지형적 특성을 감안해 앞으로도 제주 주민들에게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재목 제주지방기상청장. /제주지방기상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