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한국도로공사(도공) 사장이 2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휴게소 음식값 인하’를 거부한 도공 임원들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사표를 냈다. 이번 감찰 대상엔 김 사장도 포함돼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형 공공기관장이 물러나는 건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후 두 번째다.

국토부와 도공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국토부에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 사장 임기는 내년 4월까지로, 아직 7개월이 남아 있었다. 김 사장은 기술고시를 거쳐 1989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임용된 뒤 첫 여성 과장과 국장, 소속 기관장을 거친 인물이다. 2018년에는 차관급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올랐고, 2020년 4월 도공 창립 이래 첫 여성 사장이 됐다.

지난달 국토부는 ‘맛은 별로인데 값만 비싸다’는 소비자들 불만을 자주 받았던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을 10% 인하해주자고 도공에 제안했다. 그러나 도공이 “영업이익이 나빠져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불리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직원 성과급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도공에 부당한 압력을 넣는다’는 식 보도 등이 나오자, 원 장관이 최근 김 사장 등 도공 임원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한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식값 인하에 반대하는) 도공이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부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반드시 혁파해야 할 구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