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부추기는 태풍… 벌겋게 달궈진 한반도 - 구글에서 만든 기상 정보 사이트 어스널스쿨(earthnullschool)로 확인한 3일 오전 8시쯤의 한반도 주변 기상 상황. 기상 정보를 종합해 사람들이 대기 온도가 높아 덥다고 느낄 만한 경우 붉은색으로 표시하는데, 이날 오전인데도 한반도 대부분이 붉게 나타나 있다. 한반도와 일본 아래쪽으로는 북동쪽으로 이동 중인 제4호 태풍 에어리(AERE)의 모습이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상 중인 태풍이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불어넣고 있는 게 최근 폭염의 원인 중 하나다. /어스널스쿨

제주도 남쪽에서 북상 중인 태풍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올리고 연일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말 그대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일 오후 3시 22분 서울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의 최고기온은 34.2도로 전날(33.8도)에 이어 이틀 연속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동구는 37.6도에 달했다. 인천도 31.3도로 전날(30.6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에 내려진 폭염 경보는 지난해보다 16일 이른 것이다. 기상청은 4일 오후에도 소나기와 함께 서울 35도, 수원·대구·대전 34도 등 낮 최고기온이 솟구칠 것이라고 3일 예보했다. 낮 최고 34~35도를 넘나드는 이번 무더위는 앞으로 약 열흘간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51명, 2일에는 86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올 들어 첫 폭염 사망자까지 나왔다. 지난 1일 오후 7시 20분 경남의 한 농산물 공판장에서 상하차 작업 중 구토 증상을 호소하던 A(45)씨가 저온 창고에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행정안전부는 사인이 열사병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근 제주 남해상에서 북동쪽으로 이동 중인 제4호 태풍 ‘에어리(AERE)’가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불어넣으면서 전역이 사우나처럼 변해버렸다. 에어리는 최대 풍속 시속 68㎞, 중심기압 994hPa(헥토파스칼)로 규모가 비교적 작다. 오는 5일쯤 대한해협을 통과한 뒤 6일까지 일본 가고시마·오사카 쪽으로 비껴 갈 예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반도에 대규모 수증기를 밀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뒤덮어 ‘열풍지대’가 된 상태다. 여기에 낮시간대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대기 상하층의 온도차로 공기가 뒤엉키면서 수시로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바다로 대피 - 부산 지역 해수욕장이 지난 1일 개장한 후 맞는 첫 주말인 3일,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파도를 맞으며 물놀이를 하고 있다. 부산 낮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이날 전국적으로 더위가 기승을 부려 해수욕장이나 수영장 등이 인파로 붐볐다. /김동환 기자

4~5일 전국에 5~40mm의 소나기가 내리고 낮 최고기온은 27~35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4~6일 서울의 자외선 지수는 ‘매우 높음’으로 예고됐다. 이는 수십 분 이내에도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무더위는 7일 서늘하고 건조한 북풍이 내려오면서 다소 누그러지겠지만, 오는 13일까지는 전국이 흐린 가운데 낮 최고 34~35도를 오르내릴 전망이다. 기온이 떨어져야 하는 밤에도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한동안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에 준하는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온열 질환자는 오전과 오후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낮 시간 동안에는 논·밭일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가벼운 옷차림과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물병을 꼭 휴대해야 한다. 쓰러진 사람은 시원한 장소로 옮겨 바람을 쐬어 주고, 얼음 주머니를 목과 겨드랑이 등에 대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