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는 방법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플라스틱 제품과 화장품 등 곳곳에 쓰이는 화학첨가제 프탈레이트(Phthalates)로 인해 미국에서만 연간 10만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호르몬이 함유됐을 수 있는 플라스틱 장난감이라면 아기가 오래 빨지 않도록 하는 등 생활 속 주의가 필요하다.

뉴욕대 연구진은 12일(현지 시각) 학술지 ‘환경오염’에 게재된 논문에서 55~64세 미국인 5000명을 조사한 결과, 소변에서 프탈레이트가 높게 검출될수록 심장 질환 등으로 조기에 숨질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연간 9만1000∼10만7000명의 미국인 조기 사망에 프탈레이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은 연간 400억∼470억달러(약 47조∼56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프탈레이트의 독성 성분이 비만, 당뇨 등 각종 질환과도 연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는 주로 PVC 소재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 물질이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서 정자 생산과 출산을 방해하며, 자궁내막증 등을 유발한다. 아동의 자폐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도 될 수 있다.

현재 어린이 장난감과 각종 포장재, 생활 용기, 의료기기, 전자제품, 일회용 면봉, 기저귀, 화장품 등에는 프탈레이트류 제품별로 사용 금지 내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의 미량 사용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종종 기준치를 넘긴 제품이 유통돼서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월 시중의 합성 가죽 소파 제품 19개 가운데 16개 제품(중국산 13개, 국산 3개)에서 유럽연합(EU) 기준을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작년 12월에는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아기 욕조에서 기준치의 612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돼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환경부는 내년 4월부터 어린이집, 키즈카페 등의 바닥재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에도 프탈레이트 제한 기준(함유량 0.1%)을 도입하기로 했다.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 식기용으로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 등 유해성이 입증된 환경호르몬 물질은 쓰지 않는다. 다만 PVC 등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소재와 화장품, 샴푸, 향수, 손세정제 등에 폭넓게 들어갈 수 있다.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은 70~80%가 플라스틱 제품 접촉 등 구강으로 흡수되고 미세 먼지 등을 통해 피부나 호흡기로도 일부 들어온다고 한다. 인체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산모와 영·유아의 환경호르몬 노출을 연구한 경희대 간호과학대 김주희 교수는 “유아가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빨지 않도록 하고 자주 실내 청소를 하면 도움이 된다”며 “산모 등은 향이 강하고 화려한 색깔의 화장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재질을 알기 힘든 플라스틱이라면 뜨거운 음식은 도자기나 유리 용기에 담고 전자레인지는 피하는 게 낫다.

☞프탈레이트

PVC 등 일부 플라스틱 제품과 화장품 등을 부드럽게 하는 데 쓰이는 첨가물. 심장 질환과 비만, 불임, 자폐 등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