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일 오후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에서 열린 제14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뉴스1

17일 열리는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대구시와 경찰이 행사 관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축제가 진행되면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는다며 축제 현장에 기존처럼 버스를 운행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 측은 정당한 신고에 의해 집회가 열리는 만큼 안전 문제를 위해 버스를 우회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6일 대구시는 “퀴어문화축제가 도로를 불법 점거하는 집회인데다 동성로 상권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면서 “축제 장소인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평소와 마찬가지로 버스를 정상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5회를 맞는 지역 성소수자 축제로서 동성로 일대 대구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개최돼 왔다. 이곳에 부스와 무대를 설치하고 축제 참가자들이 동성로 일대를 행진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그러나 홍 시장이 퀴어축제가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 집회라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에서 “1%도 안되는 성소수자의 권익만 중요하고 99% 성다수자의 권익은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시민들이 불편한 번화가 도로 점거 불법 집회는 공공성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교통 관리 주체인 경찰의 시내버스 우회 요청도 거절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버스가 우회할 수 있는 대체도로가 없고 시민의 불편이 크다”고 했다. 도로를 점거하는 집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대구시는 도로 위 부스 설치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17일 오전 8시부터 공무원 450여명을 투입해 행정상 강제 집행(행정대집행)으로 주최 측의 부스 설치를 막기로 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대구시에서 버스를 예정대로 운행하는 만큼 교통 혼란과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스 설치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반면 대구경찰청은 퀴어 축제가 신고와 허가를 거친 집회인 만큼 안전 관리와 교통 불편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내버스를 우회시키고 부스나 무대 등도 종전처럼 설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 등이 낸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도 경찰이 집회 진행을 보장하는 근거가 됐다.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 측은 “퀴어축제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상인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며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퀴어 축제가)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기본권인만큼 이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신청을 기각했다.

대구경찰청은 17일 행사장 일대인 반월당 네거리부터 중앙 네거리 등을 중심으로 경찰 인력 20개 중대 1200여명을 투입해 집회 안전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교통 경찰 등 49명, 순찰차 등 19대를 동원해 축제 장소 일대의 교통 관리도 진행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보호할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라면서 “퀴어 반대 측의 집회도 예정돼 있는 만큼 양측의 충돌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없도록 하고, 충분하게 교통 경찰을 배치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퀴어 축제 주최 측도 예정대로 축제를 진행할 방침이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동성로 일대에서 축제를 개최할 것이며, 안전한 축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찰, 축제 주최·반대 단체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개최 여부나 교통 통제를 두고 마찰 가능성도 남아있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이나 반대 집회 과정에서 별다른 피해 없이 집회가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집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위반 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퀴어 축제를 하더라도 도로 불법 점거를 하지 말고 하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경찰인지 퀴어축제 옹호 경찰인지 어이가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