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14년 전 실패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 재도전에 나섰다. 경남도는 관련 TF를 꾸리고 지역 연구기관에 로스쿨 설치 방안 연구를 맡기는 등 설치 논리 개발을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로스쿨을 설치할 경남 내 대학교와 정원 규모 등을 정해 내년 5월 전에는 교육부에 정식으로 로스쿨 설치 인가 신청을 한다는 구상이다.
경남도는 지난 10월 도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TF’를 만들고 TF 안에 경남 로스쿨 설치 분과를 설치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로스쿨 분과 1차 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경남 내 법학과 대학교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연구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2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경남도는 지난 9월 경남연구원에 ‘경남형 로스쿨 설치 방안’을 연구 과제로 의뢰했다. 결과는 내년 2월쯤 나올 전망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22일 “내년 5월 전엔 교육부에 로스쿨 경남 내 설치와 관련해 인가 신청을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 전에 법학과가 있는 경남 대학 중 로스쿨 설치 학교와 구체적인 정원 규모 등을 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교육부 등에 설치 당위성을 피력할지 로드맵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남에 법학과가 있는 학교는 경상국립대와 경남대, 창원대, 영산대 등 4곳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로스쿨은 모두 25곳이다. 25곳은 17광역단체 중 13곳에 산재해 있다. 경남도를 비롯, 충남, 전남, 울산 등 4곳의 광역 시도엔 로스쿨이 없다. 경남도 인구는 현재 328만여 명으로 전국 광역단체 중 경기, 서울, 부산에 이어 넷째로 많다. 2020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110조원으로 경기, 서울, 충남에 이어 넷째다. 경남과 비교해 인구·경제 규모가 절반 정도인 전북에 로스쿨이 2곳 있다.
경남의 로스쿨 설치 꿈은 14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지난 2008년 1월 정부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 도입을 추진할 때 경남에선 경상국립대와 영산대가 신청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나서 “인구 300만명이 넘는 광역 시도 중 경남만 제외된 것은 보완이 필요하다”며 로스쿨 배정 재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가 “다른 지역에서 탈락한 대학 반발이 클 수 있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경남을 비롯해 탈락한 지역 대학은 시위를 벌이는 등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경남도는 지역 내 로스쿨 설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 인구 1만명당 변호사는 1.4명으로, 전국 평균(1만명당 6.4명)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도민들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법조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수한 청년 인재의 외부 유출을 부른다. 실제로 지난 6월 경남도교육청 학교 폭력 전담 변호사 채용에도 지원자가 미달할 만큼 공공기관에서조차 법조 인력 수급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로스쿨 부재는 지역 균형 발전에도 문제가 된다”고 했다.
경남에 로스쿨 설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원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전국 로스쿨 25곳, 전체 2000명 정원’이 규정돼 있다. 14년째 변화가 없는 것이다.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로스쿨 설치 10여 년이 흐른 현시점에 대학의 발전 및 지역 균형, 지역 산업 규모에 맞는 로스쿨 학교 수와 정원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지역에 로스쿨이 없다고 신설을 요구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큼 설치 당위성을 높일 논리 개발이 중요하다고 경남도는 보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양적으로 로스쿨 설치를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차별성을 갖춘 ‘경남형 로스쿨’ 형태로 정부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라며 “‘경남형 로스쿨’은 제조업 등이 발달한 지역 특성에 맞춰 ‘산업법 전문 법조인’을 주로 양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