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본원) 이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시가 병원 이전을 제안하자 현재 병원이 위치한 중구는 ‘결사 반대’를, 동구와 수성구 등은 ‘적극 유치’를 내세우며 격돌하고 있다.
1907년 ‘대구 동인의원’으로 개원한 경북대병원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구의 대표적인 거점 의료 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건물의 노후화와 공간 협소로 이용 불편·운영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경북대병원 이전을 둘러싼 ‘찬반 공방’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건물 노후화 문제 등 해소와 지역 의료 서비스의 질 제고, 의료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병원을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불이 붙었다. 홍 시장 이전 제안 직후인 지난 7월 경북대와 경북대병원은 병원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홍 시장은 경북대병원 측에 “연말까지 이전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병원은 부지 3만8371㎡에 본관과 병동, 기숙사 등 28동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건물들의 연면적은 9만5601㎡에 이른다. 1928년 현 위치에 본관을 지은 후 1970~1990년대에 병동 등을 확장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진료 환자가 하루 3000여 명에 이르고 의료진·직원 2600여 명과 입원 환자 900여 명, 환자 가족 등을 더하면 하루 8000여 명이 오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만큼 공간이 협소하고 건물이 노후해 환자와 이용객, 방문자, 의료진 및 직원 등의 불편이 컸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13일 “차량을 이용해 병원을 방문할 경우 주차에 30분 가까이 걸리는 등 만성적 주차난으로 병원 이용자들의 극심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만 병원 주변에 상가와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현 위치에서 공간을 확장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지난 8월 ‘경북대병원 이전 TF지원단’을 만들어 운영에 들어갔다. ‘TF지원단’은 경북대병원 TF와 이전 방안에 대한 실무 협의를 하고 이전 후보지 입지 조건 분석 및 선정 등의 일을 한다. TF지원단 관계자는 “(경북대병원 이전은) 시민들에게 더 나은 진료 환경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북대병원이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이전안이 가시화하면서 현재 병원이 있는 중구가 발끈하고 반대에 나섰다. ‘중구에 위치한 시청을 2019년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달서구 신청사로 옮겨가게 했는데 경북대병원까지 빼앗길 순 없다’며 ‘절대 사수론’을 펴고 있다. 중구의회는 지난달 29일 ‘경북대병원 사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구의회는 결의안에서 “경북대병원까지 떠난다면 중심 상권이 유지될 수 없는 만큼, 경북대병원의 현 위치 존립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2019년 중구에 있던 계명대 동산병원이 달서구로 옮겨가면서 인근 서문시장 상권이 30%가량 쇠퇴했다”면서 “경북대병원이 중구 내에서 확장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구 측은 시청이 이전하게 되면 현 시청 부지를 중구청사로 이용하고, 현 중구청 부지를 경북대병원 주차장으로 짓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떠나려는 경북대병원을 잡으려는 ‘사수책’인 셈이다.
반면 상급 종합병원이 없는 동구 측은 의회·주민·구청 등이 연합해 총력전을 펼치는 등 병원 유치에 유리한 고지 선점에 나섰다. 동구의회는 지난 7월 임시회를 열고 ‘경북대병원 본원 동구 이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동구 주민들 역시 ‘종합병원동구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19일 동구청사에서 경북대병원 유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동구는 혁신도시에 첨단 의료 복합 단지가 있고, 영천과 포항 등 의료 수요자 100만명을 유입할 수 있는 최적 이전지”라면서 “경북대병원 이전을 통해 대구 시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상급 종합병원이 없는 수성구 역시 의회가 성명서 발표, 유치위 구성 등을 추진하는 등 조만간 유치전에 나설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