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인)를 받는 10대 형제가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꾸중에 격분해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이를 방조한 10대 형제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6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18)군에게 무기징역·전자장치부착명령 30년·보호관찰 5년 등을 구형하고, 존속살해 방조 혐의를 받는 A군의 동생 B(16)군에게 장기 12년, 단기 6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A군은 지난 8월 30일 대구의 자택에서 친할머니 C(77)씨를 흉기로 60여 차례 찔러 살해했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동생 B군이 말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B군은 할머니의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는 등 형의 범죄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정에서 A군은 “(평소 할머니가)”게임하지 말라” “급식 카드로 직접 음식 사라”고 해서 싫었고, “20살이 되면 집을 나가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 불안했다”면서 “칼을 겨누자 할머니가 휴대폰 있는 곳으로 다가갔는데 경찰에 신고할까 우려돼 찔렀다”고 말했다.

B군은 “형이 범행을 실천으로 옮길 줄은 몰랐고, 평소 눈빛과 달라 지시대로 했다”면서 “할머니에게 죄송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형을 말리지 못한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A군 형제의 할머니 C씨는 지난 2012년 A군과 B군이 각각 9세, 7세일 때부터 올해까지 약 9년간 이들을 길러왔다. C씨와 할아버지 모두 신체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어려운 생계에도 A군 형제를 돌봤다. 뒤늦게 비가 오면 C씨 부부는 학교를 찾아가 A군 형제에게 우산을 챙겨주기도 했고, 이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리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부모 대신 출석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A군 형제는 친할머니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거나 그 범행을 도왔다”면서 “이들이 범행 동기로 꼽는 할머니의 잔소리는 9년간 이들을 길러준 할머니의 심장에 흉기를 꽂은 이유로 들기엔 부족하며 A군은 재범의 위험성도 높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A군 형제의 변호인 측은 “범행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면서 “아직 어린 학생들인만큼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A군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죄송하다”면서 “출소하면 어린이나 어르신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B군은 “할머니께 죄송한 것은 형과 같다”면서도 “앞으로 형을 감시하면서, 형이 범행을 시도할 경우 제 몸을 희생해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A군 형제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0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