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남 하동군 상저구마을 앞 나루. 재첩잡이에 나서야 할 소형 어선들이 사라진 재첩으로 인해 뭍에 머물러 있다. /하동=김준호

국내 재첩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섬진강에서 올해는 재첩을 보기 어렵게 됐다. 올여름 물난리로 재첩 서식지가 상당수 파괴됐기 때문이다. 하동군과 어민들은 그나마 살아남은 어린 재첩을 상류에 이식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재첩잡이를 자제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26일 경남 하동군 상저구마을 나루엔 소형 어선 10여 대가 정박해 있었다. 주로 섬진강 하류에서 재첩잡이에 투입되는 2t급 이하 소형 선박이다. 지난여름 이후 재첩이 자취를 감추면서 하동군 재첩잡이 어선 100여 대가 이처럼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 채취한 재첩을 분류하던 인근 창고도 문이 잠겼다. 정강근 신비어촌계장은 “이 시기 가을 재첩을 잡아야 하는데, 재첩이 아예 안 나온다”고 말했다. 상저구 마을이 속한 신비어업계는 지난해 재첩 231t을 생산했으나 올해는 106t에 그쳤다. 하동군 전체 재첩 생산량은 지난해 610t이었으나 올해는 454t(74%)이다.

올해 재첩이 사라진 것은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 영향 탓이다. 지난 8월 7~8일 하동군 화개면 삼정마을엔 최대 531㎜의 폭우가 내렸다. 섬진강 상류 댐 방류로 하류에 위치한 하동군 일대는 침수 피해가 컸다. 태풍도 이어지며 재첩 서식지가 남아나질 못했다. 게다가 상류에서 쓸려 온 토사들이 쌓이면서 섬진강 하구는 썰물 때면 드넓은 백사장으로 변했다. 상저구 마을의 한 주민은 “토사가 1~1.5m 쌓이면서 하천 바닥이 하루 반 이상 수면 밖으로 드러난다”며 “재첩이 살아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경남 하동군과 어민들이 섬진강 하류에서 잡은 어린 재첩을 상류에 이식하고 있다. /하동군

하동군은 최근 어민들과 신비어업계 하류에서 채취한 길이 1.2㎝가량의 어린 재첩 11t을 상류에 이식했다. 어민 80~100명이 3~4일간 2~3㎞ 떨어진 곳을 오갔다. 정종욱 하동군 내수면개발담당 계장은 “이식한 재첩이 정착하고 서식량이 증가할 때까지 재첩 채취 행위를 자제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내년 초 102억원을 들여 재첩 서식지 복원을 위한 퇴적토 제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