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도 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실상 좌초했던 영리병원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영리병원은 기업이나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운영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병원이다.

광주고법 제주 행정1부(재판장 왕정옥)는 18일 중국 뤼디(綠地)그룹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2심 재판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녹지병원 개설 허가 처분 취소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제주도의 조치는 기업의 이익에 반해 부당하다”며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녹지병원 설립 논란은 2006년 불거졌다. 당시 제주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하며 외국계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 공공성’과 ‘기업 활동 자유’ 의견이 충돌하면서 지역 사회가 내홍을 겪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녹지병원에 대해 개원 허가를 내줬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다만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금지’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녹지제주가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자, 제주도는 이듬해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녹지제주 측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인천과 부산 등 다른 지역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들 지자체는 의료관광을 내세워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뤼디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한 녹지병원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2만8002㎡ 부지에 2017년 7월 들어섰다. 연면적 1만8253㎡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