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버스를 운행하던 기사가 화재 현장을 목격한 뒤 버스에 있던 소화기로 신속하게 화재진압에 나서 큰 피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8시쯤 제주시 서사로 4거리 방향으로 운행중이던 제주여객 소속 급행버스 기사 김상남(55)씨는 도로변 주유소 인근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
김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도로에 버스를 바로 멈춘 뒤 버스 뒤쪽 안에 비치해 있는 소화기를 꺼내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3.3kg짜리 소화기를 분사했지만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자, 뒤따라 오던 다른 버스로 달려가 소화기 1개를 더 들고 화재 진압을 이어갔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진압에 나서면서 불길을 잡았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뒤 김씨가 골든타임내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고,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방차가 온 뒤 조용히 버스에 올라 현장을 떠났다. 또 김씨의 용기있는 활약상은 버스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고, 화재 진압 후 다시 운전대를 잡기 전 물을 들이켜 말랐던 목을 축이는 모습까지 찍혔다.
당시 김씨의 이 같은 대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 화재가 발생한 상가건물 소유주가 제주여객을 방문해 김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상가 주인은 회사를 방문하면서 사례금도 두고 갔지만, 김씨는 한사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당시 해야 할 일, 할 수 있었던 일을 했을 뿐”이라며 “불길이 크다고 겁낼 게 없었고 소방차가 오기 전에 초기 진압이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주소방서는 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