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답보 상태에 놓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소형 공항 건설’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최대 걸림돌은 흑산도 공항 부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점이었다. 신안군은 2019년부터 공항 부지를 공원에서 해제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는데,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가 최근 이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 심의에서 이 안이 통과되면 이후 공항 사업은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3일 전남도와 신안군 등에 따르면, 흑산도 소형 공항은 흑산도의 경제 중심지 예리항에서 북동쪽으로 1.6㎞ 떨어진 대봉산(해발 125m) 68만3000㎡에 들어설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1833억원을 투입한다. 활주로는 길이 1200m, 폭 30m 규모다. 프로펠러가 달린 50인승 소형 항공기(ATR42 기종)가 취항한다. 흑산도 소형 공항이 들어서면 김포공항에서 흑산도까지 육로와 뱃길을 통해 8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 시간은 1시간으로 줄어든다.
서해 끄트머리에 있는 흑산도에 소형 공항 건설을 추진한 것은 2008년부터다. 주민들의 교통 복지 확보와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었다. 흑산도는 서울에서 직선으로 355㎞, 광주광역시에서 150㎞ 떨어진 절해고도(絶海孤島)이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여객선이다. 흑산도는 바람이 좀 불면 며칠씩 오가지도 못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파고가 높은 겨울철에는 선박 통제가 잦다. 주민 정일윤(69)씨는 “10~3월 찬 바람이 불면 파도가 거세져 배를 타기도 불편하고, 야간에는 닥터 헬기마저 뜨지 않아 아프면 큰일이 난다”고 말했다. 소형 공항이 들어서면 흑산도와 인근 홍도·가거도 주민 4000여 명과 연간 관광객 3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동안 흑산도 소형 공항은 15년째 환경부 공원위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항 부지가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것과 철새 보호 문제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진전이 되고 있다. 신안군에 따르면 흑산도 공항 건설을 위해 환경부·해양수산부는 공항 부지 68만3000㎡를 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그 대신 흑산도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진 신안 비금도 명사십리해변 일대 550만㎡를 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하기로 신안군과 합의했다. 비금 국립공원 부지는 흑산도 공항 부지보다 8배가 넓다.
이 때문에 내달 말 열릴 예정인 공원위 심의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크다. 공원위는 25명의 위원이 흑산 공항 부지 공원 해제 등을 놓고 의사를 결정한다. 이정수 신안군 흑산공항지원단장은 “흑산도 활주로 예정지에 펼쳐진 곰솔 군락지가 고사하는 바람에 개발 제약 조건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더군다나 과거와 달리 위원들이 흑산 공항 건설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어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신안군은 공원 해제와 별도로 철새 보호를 위해 흑산도 6군데에 철새 대체 서식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활주로 주변을 찾는 철새들을 섬 곳곳으로 유인해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봄에는 조와 수수를 뿌리고, 가을에는 배추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60여 농가가 철새 먹이 주기에 동참한다.
신안군은 중국의 항만 도시 칭다오와 직선으로 485㎞ 떨어진 흑산도에는 안보 차원에서도 공항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다. 해경은 흑산도에 5000t급 경비함이 정박하는 전용 부두를 만들고 있다. 흑산항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섬 주민과 관광객의 교통권 마련, 생명권 확보, 이동 편의 제공을 위해 반드시 소형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서해 먼바다에서 가장 큰 흑산도는 서남권 국토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섬”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섬 소형 공항은 흑산도 공항 외에 2020년 11월 착공한 울릉도 소형 공항이 있다. 6651억원을 들여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1200m 길이의 활주로와 터미널 등을 2025년 개항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