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지난해 성금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부가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29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4분쯤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근처 삼마교회에 A4 박스를 두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한 직원이 주민센터에서 300여m 떨어진 교회로 달려가 확인해보니 골목길 한쪽에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담긴 빨간 돼지 저금통 1개, 천사가 남긴 편지가 들어있는 A4 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올해 성금은 7012만8980원이었다. 지난 21년 동안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온 성금은 총 7억3863만3150원에 달한다.
앞서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를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차량 번호판까지 인식할 수 있는 첨단 방범 카메라(CCTV)를 설치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성금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취한 조치다. 당시 충남에서 전주까지 원정을 온 2인조 도둑은 매년 연말 반복되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소식을 접하고, 범행 4~5일 전부터 차량으로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을 돌았다. 천사가 6016만원이 든 상자를 두고 가는 것을 지켜본 이들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알아차리기 전 그 상자를 갖고 도망쳤다. 이후 체포된 2인조 일당은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