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 31일 이른 아침 쏟아진 경계 경보와 재난 문자 메시지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백령도 주민들이 행정안전부의 ‘경계 경보’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은 이날 오전 6시 29분이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뿐이었다. 가을1리 조재흠 이장은 “처음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곧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평소 훈련하던 게 있어서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했다.
잠시 후인 오전 6시 34분 백령면사무소는 ‘면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북한이 남쪽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니다.주민 여러분께서는 긴급히 인근 대피소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재차 보냈다. 이후 백령면은 오전 7시 10분까지 모두 7차례 대피 안내 문자를 보냈다. 북포2리 조강부 이장은 “며칠 전 모내기를 마친 주민들이 이른 아침에 농사일을 나가느라 빨리 대피하지 못할까 봐 면사무소가 잇따라 대피 안내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경계경보는 대피를 준비하는 단계인데, 한 단계 높은 공습경보 단계의 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백령면에는 20분가량 대피 안내 방송과 함께 사이렌도 울렸다. 백령도 일대에 사이렌이 울린 것은 2016년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백령면 관계자는 “백령도 내 대피소 29곳을 모두 열어 주민들의 대피를 독려했고, 각 대피소 담당자들이 현장에 나가 환기 상태, 비상식량 및 용수, 발전기 상태 등을 확인했다”며 “주민 600명가량이 대피소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오전 7시 30분쯤 북한 발사체가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지나갔고, 수도권 지역과 무관하다는 합동참모본부 발표가 전해지자 주민들은 하나둘 대피소를 빠져나와 귀가했다. 백령면 관계자는 “대피소 안도 인터넷이 잘 연결돼 휴대전화로 방송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간 주민이 많았다”며 “그중에는 몸이 불편한 분도 있었는데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별 이상 없이 대피했다”고 했다.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들은 대부분 대피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장태헌 백령도 어업인 회장은 “해가 뜨자마자 조업을 나간 어민들은 해경 방송을 통해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들었지만 조업을 계속했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해양경찰청은 행안부의 첫 경계경보 발령 6분 후인 오전 6시 35분 통신기로 이 지역 어선들에게 대피 방송과 항행 교통 문자를 발송했다.
관광객들은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다. 백령도 여객터미널 관계자는 “오전 7시에 인천항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을 기다리던 관광객들이 사이렌 소리를 듣고 크게 동요했지만,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여객터미널 지하실로 대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