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낮에 대전 서구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 용의자가 지난 20일 베트남으로 도망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용의자 특정도 못 하고 있는 사이 이미 해외 도피한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청은 유력 용의자 A(47)씨가 지난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등과 공조해 A씨를 검거하겠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8일 낮 12시쯤 대전시 서구 관저동 한 상가 건물 1층에 있는 신협 지점에 검은색 헬멧을 쓰고 들어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흉기로 직원을 위협한 뒤 현금 3900만원을 뺏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는 점심시간이라 직원 5명 중 2명만 근무 중이었고, A씨는 남자 직원 1명이 화장실에 간 사이 들이닥쳐 혼자 창구에 있던 여직원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배낭에 현금을 담으라”고 협박했다. 5분도 채 안 된 시간에 돈을 챙긴 A씨는 건물 밖에 미리 세워둔 흰색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형사와 기동대원 등 250여 명을 투입해 A씨를 쫓았다. CCTV를 추적해 그가 타고 달아난 오토바이를 쫓았지만, CCTV가 없는 골목길을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A씨가 범행 전후 대전 곳곳을 다니며 동선을 어지럽힌 점도 수사에 혼선을 줬다. 헬멧을 쓰고 장갑을 낀 채 범행했고, 오토바이 절도 당시에도 경찰 추적을 의식해 이동수단을 바꿔 가며 범행장소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이튿날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오토바이 2대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찾았지만 이조차 모두 범행 전 훔친 것이었다.
오토바이를 버린 뒤 A씨는 택시와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A씨는 지난 4일 지인인 카센터 업주에게 ‘일하는데 필요하다’며 차를 빌려 범행에 이용했고, 지난 20일 반납했다. 경찰은 카센터 업주를 조사해 지난 21일 겨우 A씨 신원을 확인했지만, 그는 이미 전날 베트남으로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도박 빚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수년 전부터 도박에 빠졌고, 수억원가량 빚을 져 가족과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대전에 살면서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청소년 시절 강도 범행을 저질렀고, 절도 등 전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며 “용의자 특정이 늦어져 출국 금지나 수배 등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