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관문' 역할하는 KTX오송역 - 충북 청주시 흥덕구 KTX 오송역의 모습. 오송역은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으로 2010년 11월 1일 개통됐다. 현재 세종시로 가는 관문역 역할을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민호 세종시장이 ‘KTX 세종역’ 신설 추진 방침을 밝히자 인접한 충북도와 충남 공주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에선 KTX 세종역 신설이 시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반면 세종시와 가까운 곳에 KTX 오송역과 공주역이 있는 충북과 충남 공주시는 기존 역사 이용객 감소를 우려해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최근 ‘KTX 세종역 신설 추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TX 세종역 신설은 지난 2014년 2월 세종시가 발표한 ‘2030 도시 기본 계획’에 포함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세종에선 시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KTX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향후 국회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로 교통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KTX 세종역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청권 시·도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TX 세종역 후보지로는 KTX 호남선 철도가 지나는 세종시 남부 지역에 있는 금남면이 거론된다. 이곳은 제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대전~세종~충북 광역 철도’와 호남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기존 충북 청주 오송역과 충남 공주역에서 각각 20여㎞ 떨어진 곳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와 공주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역 이용객 감소 등을 주된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현재 세종 시민들은 KTX를 타기 위해 가장 가까운 청주 오송역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충북은 KTX 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세종시 관문역 기능을 하는 오송역의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충북도의회는 지난달 22일 ‘KTX 세종역 신설 추진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충북도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충청권 상생 발전을 위한 공동 현안에 힘을 합쳐야 할 시기에 세종시는 세종역 신설 추진에 나섰다”며 “충청권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막대한 건설비에 비해 서울에서 세종청사까지 이동 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오히려 역 간 거리가 줄어들어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도의회는 “정부가 2017년 세종역 신설은 경제성과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했고, 지역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도 했다.

앞서 KTX 세종역 신설과 관련한 사전 예비 타당성 조사에선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KTX 세종역 신설 관련 사전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59로 나왔다. B/C 수치가 1보다 낮으면 투자비만큼 이익을 내지 못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세종시가 아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2020년 7월 발표한 타당성 용역 결과에서도 비용 대비 편익이 0.86으로 나왔다. 이런 결과에 따라 국토부는 세종역 신설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두영 KTX 세종역 백지화 충북 범도민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이미 불가한 사안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특별한 행동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면서 “상식을 벗어난 일을 벌인다면 도민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충남 공주시도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KTX 공주역과 가까운 곳에 세종역이 생기면 공주역 이용객이 줄고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공주와 오송 등 인접한 역의 기능, 역 간 거리, 열차 운행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KTX 세종역 신설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역 신설 추진은 인접 도시와의 상생, 균형 발전하는 일을 저해하고 지역 갈등만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접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자 세종시는 지역 갈등을 고려해 세종역 신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4일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을 목표로 조성 중인 세종시는 교통 수요가 계속 늘면서 세종역 신설 필요성도 점점 커질 것”이라면서도 “충청권의 협력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충남·북과 협의하며 역 신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