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25분쯤 전남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의 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남소방본부 제공

전남 완도 한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불이 나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순직했다. 초진 후 잔불을 잡으려고 내부로 다시 진입했다가, 밀폐된 공간에 가득 찼던 유증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퇴로가 차단돼 변을 당했다.

12일 전남소방본부와 완도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쯤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 한 수산물 가공 업체의 1층 냉동창고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냉동 창고 바닥 공사를 하던 직원 2명은 불길이 치솟자 신고한 뒤 자력으로 대피했다.

출동한 소방대원 7명은 오전 8시 38분쯤 냉동 창고 5개가 있는 1층 화재 지점으로 1차 진입을 시도했다. 대원들은 창고 내부의 불길을 잡고 밖으로 나와 상황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창고 안쪽 벽면에서 다시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은 화재를 완전히 매듭짓기 위해 오전 8시 47분쯤 대원 7명을 추가 투입해 2차 진입을 결정했다. 비극은 재진입 3분 만에 발생했다. 밀폐된 창고 천장에 고여 있던 유증기가 폭발하며 화염이 급격히 번지는 ‘플래시오버(Flashover)’ 현상이 나타났다.

오전 8시 50분쯤 거센 불길과 검은 연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자 현장 지휘팀장이 무전으로 즉시 탈출 명령을 내렸다. 투입된 7명 중 5명은 긴급히 빠져나왔으나, 박모(44) 소방위와 노모(31) 소방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내부에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긴급구조팀(RIT)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고, 오전 10시 2분쯤 출입구 안쪽 5m 지점에서 완도소방서 구조대 소속 박 소방위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어 오전 11시 23분쯤 출입구 인근에서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소속 노 소방사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특히 노 소방사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석 완도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대피 무전을 3~4차례 보냈으나 안타깝게도 두 명의 대원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는 업체 관계자들이 냉동 창고 바닥의 에폭시 페인트를 제거하려고 토치를 사용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사고 건물은 2층짜리 콘크리트 구조였으나 내벽과 천장이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으로 마감돼 있어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특히 패널 구조가 물 침투를 막아 진압에 난항을 겪었으며, 밀폐된 구조 탓에 유증기가 축적돼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졌다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