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어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70대가 반세기 만에 누명을 벗었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부(김용규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지우(75)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군사법기관에 의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사건”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피고인의 믿음과 호소에 국가는 제대로 귀 기울여 응답하지 않았고, 사법부 일원인 법원 역시 비판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재심 대상 판결 이후 50년 세월이 흘렀고, 당시 25세 청년이었던 피고인은 어느덧 70대 중반이 됐다”며 “많이 늦었지만, 이 판결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검찰도 재심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
방위병이었던 신씨는 귀환한 납북 어부 신명구(74)씨로부터 북한을 찬양하는 말을 듣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976년 12월 군법회의에서 징역 6개월, 자격정지 6개월 선고를 받았다. 신씨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폭행 등 가혹 행위에 결국 허위 자백했다.
찬양 발언을 했다는 신명구씨는 지난해 4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명구씨로부터 들은 말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28명이 처벌받았다. 이 가운데 신지우씨를 포함한 2명은 재심 무죄 판결을 받고, 다른 2명은 재심 신청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에다가 일부 사망하기도 한 피해자들을 위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 사건을 변호한 최정규 변호사는 “신명구씨가 지난해 재심 무죄 선고 직후에 ‘나만 무죄 받으면 뭐하겠느냐’며 자기 때문에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무죄 선고를 받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며 “피고인이나 유족 등의 오랜 고통을 고려해 검찰이 대상자들을 직접 찾아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해 6월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하고 나서 반공법 위반죄로 1970년대 처벌받은 ‘탁성호’ 선원 22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