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간첩 누명으로 실형을 살았던 피해자가 4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항소4-1부(재판장 정성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박모씨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1978년 6월부터 1981년 1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북한을 찬양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그가 “38선을 없애고 통일이 되려면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 “남한은 사회제도 모순 때문에 사람은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지만 북한은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 유학 경험이 있던 박씨는 일본 방송을 자주 봤다고 한다. 이후 박씨는 일본 방송에서 본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다가 신고당했다.
1981년 1월 경찰에 체포돼 안기부로 넘겨졌다. 연행 직후 한 달간 구금 상태로 조사받는 등 불법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그는 같은 해 6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심은 박씨의 손녀가 제기했다. 손녀는 제주에서 간첩으로 억울하게 몰린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2023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화위는 이듬해 6월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재심을 권고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안기부 수사관에 의해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허위로 자백받게 됐다”며 “박씨의 일부 법정 진술, 경찰 피의자심문조서 등은 임의성과 적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재심 재판부는 “박씨는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상태에서 작성된 박씨에 대한 경찰과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또 공소사실로 기재된 박씨의 발언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