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69) 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서 이사장은 제주도에 올레길을 만들어 걷기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서 이사장은 시사저널 편집장을 지낸 기자 출신이다. 정치부 여기자 1세대로 꼽힌 고인은 22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6년 불쑥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한 달간 800㎞를 걸으면서 ‘살아서 갈 수 있는 천국이 바로 여기구나’ 감탄했다고 한다. “내가 ‘5년에 한 번씩은 땡빚을 내서라도 산티아고에 와야지’ 하고 큰소리치니까 옆에 있던 헤니라는 영국인 친구가 그래요. ‘우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각자의 길을 만드는 게 어때?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머리에 번개를 맞은 기분이었죠.” 서 이사장 얘기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고향 제주로 내려갔다. 2007년 여름이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세우고 서귀포 시흥리에 첫 코스를 냈다. 꾸준히 길을 발굴해 15년 만인 2022년 제주도 한 바퀴를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27개 코스, 437㎞를 완성했다. 그해 올레길을 걸은 ‘올레꾼’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올레가 지나는 마을은 청년이 돌아오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제주올레는 2010년대 도보 여행 바람을 일으켰다. 전국 곳곳에 제주올레를 본뜬 도보 여행 길이 생겼다. 2012년에는 일본 규슈에도 올레를 수출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올 2월 서 이사장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났던 잔느 캐서린 헤니(74·영국)와 재회했다. 20년 만이었다. 헤니를 그리워한 서 이사장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찾아낸 것이다. 서 이사장은 헤니를 초청해 제주올레 6코스를 함께 걸었다. “수키(서명숙)가 이 길을 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위대한 일을 했다. 올레길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걸 보고 수키가 ‘인간의 길(Human Trail)’을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엄청나게 놀랐고 감동했다.” 헤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올레길을 만든 서 이사장은 20년 만에 헤니와 재회한 뒤 하늘 속 순례길로 떠났다”고 했다.

빈소는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 제주올레 6코스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