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향년 68세로 제주 서귀포 출신이다. 정치부 여기자 1세대로, 시사저널 여성 편집장을 역임했다. 22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2006년 스페인 산티아고로 불쑥 떠났다. 서 이사장은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비로소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얻었다. 그 경험을 통해 고향인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30년만에 귀향했다. 2007년 여름의 일이었다.
그는 “걷는 길은 우리 국토 곳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걷지 않았고, 잊어버렸고, 상실한 것일 뿐. 길을 만들기 이전에 최대한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런 길이라야 걷는 이들에게 감동과 위안, 그리고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므로. 지친 현대인들이 걷고 싶어하는 길은 세련된 산책길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 숨쉬고 조상들의 땀과 숨결이 배인 소박한 흙길 돌길 마을길이므로.”라고 제주올레 조성 이유를 설명했다. 그 결과 2007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제주올레 1코스를 개장한 이후, 2022년 27번째 코스인 18-2코스를 개장하며 제주를 순수 도보로만 여행할 수 있는 제주올레 길 27개 코스, 437km를 완성했다.
제주올레 길은 2010년대 대한민국에 도보여행, 생태여행 문화를 확산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서명숙 이사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 대통령 훈장을 수상했다.
서 이사장은 ‘클린올레’ 환경 캠페인을 통해 길을 걸으며 환경을 보호하고, 주민행복사업을 통해 마을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여성·청소년·이주민·장애인까지 참여하는 포용적 모델을 통해 제주올레 길의 지속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또 일본 규슈와 미야기, 몽골 등지에 제주올레의 철학을 수출하고 산티아고 순례길 등 세계 여러 길과 우정을 맺음으로써 ‘길이 단순히 이동하는 통로만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문화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가치를 전파하는데 애썼다.
서명숙 이사장이 변함없이 제주올레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운 것은 ‘치유와 성찰’이었다. 그는 “올레길은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행복한 종합병원”이라며 “걷기를 통해 심신을 회복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빈소는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 제주올레 6코스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