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회사 대표와 안전관리 책임자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대전경찰청은 7일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 등 관계자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손씨 등은 공장 내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업무를 소홀히 해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입건된 5명은 손 대표를 비롯한 임원 3명과 소방·안전 분야 팀장급 직원 2명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2.5층’ 불법 복층 휴게실 공사를 진행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전날 진행했다. 경찰은 이 업체 직원들의 개인 휴대전화와 업무 자료 등을 압수해 현재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손 대표가 2.5층 휴게실 불법 증축과 함께 3층에 나트륨 정제소를 불법 운영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전했다.
중축 공간에는 화재 감지기와 유도등, 소화전 등이 설치돼야 하지만 불법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런 장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긴급 상황에 지상으로 대피하는 장비인 완강기도 없었다고 한다.
이 사고와 관련, 손 대표를 포함해 회사 임직원과 유가족, 대덕구 공무원 등 총 107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안전공업 전·현직 직원이 81명으로 가장 많았고, 협력업체 직원과 공무원 12명, 유가족 14명도 포함됐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화재 경보기가 울리다가 금세 꺼졌으며, 직원들은 “공장 내 기름이 가득해 바닥이 미끄러울 정도였다”라거나 “소방 훈련이 서류상 형식적으로만 이뤄졌다”는 등 평소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는 진술을 했다.
경찰은 또 화재 발생 당시 화재 경보기를 임의로 끈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 관계자를 특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당시 본관 2층 사무동에 설치된 화재 경보기 컨트롤러를 조작한 인물을 특정한 것이다. 이 직원은 “경보기를 끄지는 않았고 다른 버튼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한 결과, 그가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버튼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여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현장 감식을 위한 철거가 진행이 안 돼 1층 발화 지점에 대한 현장 감식은 미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장의 복층 구조는 처음 불이 난 1층 생산 라인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발화 추정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복층 공간에 절삭류 등 인화 물질이 보관돼 있었다”는 직원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공장 붕괴로 진입하지 못해 육안으로 구조를 살피지는 못한 상태라고 했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외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도 손 대표를 조사하고 있다. 화재 참사 직후 손 대표가 임원들 앞에서 한 막말과 폭언, 그 이전의 직장 내 괴롭힘, 갑질도 확인 대상이다.
노동청은 안전공업 전·현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노동 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전공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가 3건 있었다. 그러나 3건 모두 손 대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0일 오후 1시 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 피해가 났다.
이날 대전 대덕구 문평동 문평근린공원에는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오후 3시쯤 시작된 합동 조문은 송영록 유가족 대표의 분향과 헌화로 시작됐다. 이어 다른 유족들의 헌화가 이어졌고 묵념 등이 진행됐다. 헌화하던 유족들은 “내 아들 어떻게 보내냐” “너 없이 어떻게 사냐”며 오열했다.
잠시 후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와 관계자들이 합동 분향소를 찾아왔다. 일부 유족은 손 대표를 가로막으며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손 대표는 유족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한 유족은 “죽은 아버지를 살려내라”며 울분을 토했다.
손 대표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유족 대표 송영록씨는 “유가족들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손 대표가 와서 무릎을 꿇었지만 화재 발생 후 개별적으로 유족과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 저런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