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강원 강릉시 향호해변의 한 버스정류장. 평일인데도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줄을 섰다. 이곳은 2017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앨범 사진을 촬영한 장소다. 사진 촬영 이후 철거됐으나 강릉시가 2018년 복원해 ‘아미(BTS 팬)’의 성지(聖地)가 됐다. 영국에서 온 리비(22)씨는 “넷플릭스에서 BTS 컴백 공연을 보고 한국이 너무 궁금해 왔다”며 “한 달 동안 BTS 성지를 다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27일에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간다고 했다. 중국에서 온 이쉬안(21)씨는 “오늘 생일인데 강릉이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됐다”며 “내일은 서울에 있는 하이브(BTS 소속사)를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새벽 KTX를 타고 왔다는 직장인 최민정(27·경기 수원)씨는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연차를 내고 왔다”며 “컴백 공연의 감동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1일 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 이후 전국의 ‘BTS 성지’에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KTX를 타고 갈 수 있는 강릉과 부산에 팬들이 몰린다. 코레일 관계자는 “강릉이나 부산행 KTX에 외국인 승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강릉의 택시 기사 백수일(68)씨는 “BTS 컴백 이후 외국인 손님이 2배가 됐다”며 “특히 유럽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같은 날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선 BTS 멤버 지민과 정국의 얼굴을 그린 벽화 앞에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온 히카루(58)씨는 “티켓 예약에 실패해 서울 컴백 공연을 직접 보지 못했다”며 “대신 가까운 성지를 찾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감천문화마을 안내센터 직원은 “BTS 공연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부산 남구의 카페 ‘지밀레니얼’은 손님 10명 중 6명이 아미였다. 여긴 BTS 멤버 지민의 부모가 운영하는 카페다. 일본 도쿄에서 온 고즈에(58)씨는 “지민의 단골 식당도 들렀다”며 “월드투어 공연이 열리는 6월에도 부산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에선 오는 6월 BTS 월드투어 콘서트가 열린다.
경기 용인시 ‘용인 대장금파크’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BTS 멤버 슈가가 솔로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이다. 미국에서 온 가빈 노엘(45)씨는 BTS 성지 가이드 여행 상품을 이용해 대장금파크를 찾았다. 그는 “클룩(여행 사이트)에 상품이 떠 있길래 바로 클릭했다”며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에서 온 아미와 함께 성지를 돌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 박창협씨는 “예전엔 일주일에 2~3번 정도만 손님이 있었는데 요즘은 매일 현장을 뛰고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성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릉시는 BTS 버스정류장을 ‘이달의 추천 여행지’로 정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등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강릉시 관계자는 “BTS 컴백을 계기로 다시 강릉 관광 붐이 일 것 같다”고 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을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BTS의 새 앨범 수록곡 ‘No. 29’에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담겨서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BTS 멤버 슈가와 뷔의 벽화를 둘러볼 수 있는 여행 상품을 만들었다. 슈가와 뷔는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BTS 월드투어 공연이 열리는 경기 고양과 부산은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고양에선 다음 달 9~12일, 부산에선 6월 12~13일 월드투어 공연이 열린다.
고양시는 다음 달 6일부터 15일까지 ‘빅 세일 주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아미를 겨냥해 고양시내 식당, 호텔 등이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고양시 관계자는 “월드투어 기간 동안 8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고양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침체한 지역 상권에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아미들이 묵을 숙소를 확보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청소년 수련원도 동원한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선 드론 쇼를 열 계획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BTS 붐을 이어가려면 BTS 명소와 지역의 관광지, 맛집 등을 묶어 ‘K컬처’ 관광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