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먼저 가면 어떡하라고. 불쌍한 우리 아들 어쩌나. 고생만 했는데…"
25일 오전 8시 30분 대전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 안전공업 화재 참사로 숨진 직원 최모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화재 발생 5일 만에 희생자 14명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진 발인이다.
이날 발인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최씨의 부모와 부인 등 유족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숨진 최씨에게는 가정주부인 부인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있다. 빈소를 찾은 한 친척에 따르면, 사고 전날에도 아버지 집에 와 밭일을 도와주는 등 평소에 효성이 지극했다고 한다. 이웃 주민은 “시간이 나면 어김없이 부모님을 찾아와 일을 돕거나 잘 보살펴서 부모님이 가장 의지하던 아들이었다”고 전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쩌나 아이고, 일만 하고 놀러 다니지도 못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최씨의 두 아들은 아빠와의 작별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최씨의 부인은 넋이 나간 듯 오열했다. 빈소에 있던 숨진 최씨의 둘째 아들은 남편을 잃고 통곡하는 엄마의 허리를 껴안았다.
마지막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빈소 안은 유족들의 통곡과 조문객들의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최씨의 어머니가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이 어디 있냐”며 울부짖었다. 지하 발인실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어머니는 “불쌍한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먼저 가냐 이놈아”라며 영정 사진을 손으로 연신 쓰다듬었다. 뒤따르던 아버지는 “이제 좋은 데로 가자” “고생 많았다” “못 지켜줘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든든했던 아들과 가장을 허망하게 잃은 유족들은 운구 차량에 다다르자 울부짖었다. 말없이 뒤따르던 최씨의 첫째 아들은 “아빠, 나 여기 있어. 아빠”라고 말하며 영정 사진을 쓰다듬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를 지켜보던 조문객들도 함께 흐느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운구 차량에 관이 실리자 부인과 어머니는 “안 돼” “엄마가 미안해”라고 울부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관을 붙잡은 손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 이어 최씨의 아버지가 “이제 좋은 데로 보내주자”며 둘을 부축해 일으켰다.
운구차에 실린 영정 사진에는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최씨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어 침통한 주변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유족을 태운 운구차는 장지로 향했다. 가족과 친지, 지인 등 20여 명도 최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최씨는 화재 발생 다음 날인 지난 21일 새벽 공장 별관 2~3층 사이 복층 구조 휴게 공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도면과 대장에 나와 있지 않은 불법 증축 시설이다. 사망자 9명이 발견된 지점이다.
지난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는 사망 14명, 부상 60명이란 대형 인명 피해를 냈다. 대전시 등의 지원으로 희생자들의 빈소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이날 최씨를 포함한 3명의 발인을 진행하고, 나머지 희생자들의 발인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