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에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사람들은 무질서하다고 하지만 저는 그 속에서 역동성과 가능성을 봤습니다.”
토머스 가비(Garvey·67) 전 세계디자인기구(WDO)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부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산은 작년 7월 세계디자인기구로부터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선정됐다. 가비 전 회장은 당시 선정위원장이었다.
경쟁 도시인 중국 항저우는 화려한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였다고 한다. 반면에 부산시는 슬럼화한 구도심 마을을 소개했다. 거기서 디자인 도시의 잠재력을 봤다는 얘기다.
그는 “디자인은 도시에 혁신을 불어넣고, 오래된 도심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문 닫은 공장과 폐선 부지 등 과거 유산을 디자인으로 바꾼 사례들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디자인 분야 국제기구인 세계디자인기구는 2년마다 세계디자인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도시는 디자인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 사례를 세계 도시들과 공유한다.
가비 전 회장은 “부산도 이번에 도시를 혁신하고 그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릴 기회를 얻었다”며 “세계디자인수도 선정은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인 셈”이라고 했다.
서울은 ‘2010 세계디자인수도’가 된 이후 난립한 간판을 정비하고 곳곳에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랜드마크도 만들었다. 이런 노력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는 자산이 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서울시는 요즘도 매년 글로벌 도시·디자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책 사례를 공유하는 포럼을 연다.
그는 “부산은 다양성과 개방성, 포용성을 품고 있는 도시”라며 “잠재력이 커 미래가 기대된다”고 했다. 디자인 산업이 발전하면 청년 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비 전 회장은 캐나다 칼턴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출신으로 2023년부터 작년까지 세계디자인기구 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