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금정산국립공원에 있는 범어사.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다.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힌다. 범어사에서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인기다./김동환 기자

지난 22일 오후 부산 금정산(金井山) 정상인 고당봉(해발 801.5m)은 전국에서 온 등산객으로 북적였다. 전북 전주에서 온 이정훈(39)씨는 “금정산이 전국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도심과 낙동강, 부산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고당봉은 높고 큰 봉우리란 뜻이다. 멀리 일본 대마도도 보였다.

요즘 금정산은 축제 분위기다. 다음 달 3일 국립공원 개장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 날은 ‘국립공원의 날’이기도 하다. 금정산 곳곳에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내걸렸다. 금정산의 관문인 범어사(梵魚寺) 입구에는 높이 2.4m 표지석이 설치됐다. ‘국립공원공단 금정산국립공원’이라고 썼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인 678년 의상대사가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세웠다.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힌다. 5살 아들과 함께 온 김현정(42·부산 동래구)씨는 “어릴 때 소풍 다니던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되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금정산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첫 사례다. 서울 북한산, 광주광역시 무등산은 시 외곽에 있다.

금정산국립공원의 면적은 66.9㎢로 태백산국립공원과 비슷하다. 연간 탐방객 수는 약 310만명. 부산시는 국립공원이 되면 400만명 이상이 금정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년 정부 예산 200억원도 지원받는다.

그래픽=박상훈

금정산이라는 이름은 금빛 우물이 있는 산이란 뜻이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서 유래했다. ‘산마루에 우물이 있어 금빛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 우물이 고당봉 근처에 있는 ‘금샘’이다. 커다란 바위 표면에 형성된 둘레 3m 물구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작년 10월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확정했다. 타당성 조사 결과, 금정산에는 수달과 삵, 고리도롱뇽, 붉은배새매 등 멸종 위기종 13종 등 야생 동·식물 1782종이 살고 있다. 자연 생태 측면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범어사 일주문, 삼층석탑, 대웅전 등 문화유산도 128점 있다. 전국 국립공원 중 가장 많다. 범어사 일주문인 조계문은 보물 1461호다. 범어사는 국보인 삼국유사 진본도 보관하고 있다. 금정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산성(山城)인 금정산성이 있다. 둘레가 18.8㎞로 서울 남한산성(12.4㎞)의 1.5배다. 조선 숙종 때인 1703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

금정산은 찾아가기 쉽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린 뒤 시내버스를 타면 약 10분 만에 범어사 앞에 도착한다. 범어사에서 고당봉까지는 3.6km. 고당봉에서 경치를 즐긴 뒤 금정산성 북문을 거쳐 범어사로 내려오면 된다. 총 4시간 코스다. 강종인 금정산국립공원 시민본부 상임대표는 “금정산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코스”라고 했다.

금정산을 오르는 공식 탐방로는 208개다. 북한산국립공원(97개)의 2배가 넘는다. 매일 금정산을 오른다는 유진철(68) 범시민금정산보존회장은 “50년째 금정산을 타는데 지금도 색다른 길이 있어 놀란다”며 “30분짜리 산책 코스부터 10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종주 코스까지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유 회장은 금정산성 동문에서 3·4망루를 거쳐 북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추천했다. 그는 “해발 620m 능선에 있는 4망루에 서면 광활한 낙동강 하구가 장쾌하게 펼쳐진다”고 했다.

동래구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6분 만에 해발 540m 지점에 있는 금정산성 남문에 갈 수 있다.

금정산에는 마을도 있다. 금성동 ‘산성마을’이다. 해발 400m 금정산성 안에 439가구가 산다. 학교도 있다. 신라시대부터 화전민과 승려 등이 살았다고 한다. 산성마을은 ‘금정산성 막걸리’와 ‘동래파전’, 흑염소 불고기로 유명하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술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민속주 1호가 금정산성 막걸리다. 다른 막걸리보다 산미가 강하고 걸쭉하다. 윤일현 금정구청장은 “산성마을은 공기가 좋은 데다 대천천 맑은 물도 흐른다”며 “막걸리 빚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마을에선 막걸리 빚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동래파전은 쪽파, 해물에 쌀가루 반죽을 끼얹어 만든다. 보통 파전보다 찰진 맛이 특징이다.

부산시는 금정산을 ‘K등산’ 명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범어사는 절에서 머물며 산행을 즐기는 ‘템플레킹(템플스테이+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부산 지역 여행사인 ‘부산여행특공대’는 당일치기 등반 상품을 출시했다. 근처에 있는 호텔농심은 금정산 모양 케이크를 선보였다. 송동주 금정산국립공원준비단장은 “금정산을 잘 보전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일부 등산 마니아 사이에선 아쉽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립공원이 되면 지정 탐방로로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 취사, 야영 등도 금지된다. 반려동물도 데리고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