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새벽 부산 강서구 명지동 앞바다. 낙동강 물과 남해 짠물이 만나는 곳이다. 명지항을 출발한 2t짜리 어선 8척이 어둠을 헤치고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을 지나니 가로 3.4m, 세로 40m 크기 양식장 2만개가 펼쳐졌다. 총 750ha. 서울 여의도 면적의 2.6배다.
“여기가 바로 ‘낙동김’ 양식장입니다. 기수(汽水) 지역에서 나는 유일한 김이죠.” 장동현 한국김생산어민연합회 부산지회장 얘기다.
낙동김은 전남 완도, 충남 태안 등에서 기르는 김과 달리 세로로 길게 자란다. 신효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연구사는 “기수 지역은 상대적으로 물의 흐름이 강해 김이 옆으로 넓게 자라지 못한다”며 “대신 육지에서 내려오는 영양분이 풍부해 두께는 더 두껍다”고 했다.
낙동김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한다. 지금이 가장 바쁜 철이다. 물이 차가워지는 9~10월 그물망에 씨앗을 붙여 놓으면 20~30㎝ 길이로 자란다.
낙동김 생산량은 연간 1만4000t 수준이다. 국내 김 생산량의 2~3%밖에 안 되지만 김밥 김에 꼭 들어가야 하는 ‘귀한 몸’이다. 부산시 수협 관계자는 “김밥 김을 만들 때 낙동김을 10% 정도 섞어야 잘 안 찢어지고 식감도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지난달 1㎏당 도매 가격이 2629원으로 다른 김보다 10% 정도 비싸다.
명지동 사람들은 1910년대부터 낙동김을 길렀다. 일본인들이 처음 양식 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장 지회장은 “1970년대엔 일본 사람들이 초밥용 김으로 쓰기 위해 낙동김을 몽땅 사 갔다”며 “요즘은 세계적으로 한국 김의 인기가 높아 전부 국내 김 가공업체로 보낸다”고 했다. 현재 낙동김을 기르는 어가는 100여 가구다. 어민들은 최근 ‘고(高)수온’ 현상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김은 22도 이하 찬물에서 잘 자라는데 해마다 수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장 지회장은 “김을 양식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1월 말 강추위 덕분에 생산량을 겨우 맞췄다”고 했다.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온도에도 잘 견디는 김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