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부산 북구 SW·AI교육거점센터에서 학생들이 VR기기를 착용하고 메타버스 체험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 북구 덕천동 ‘부산 SW(소프트웨어)·AI(인공지능)교육거점센터’. 부모 손을 잡은 아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흰색 로봇이 먼저 다가와 팔을 흔들었다. “환영합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로봇이 말하자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2019년 폐교된 옛 덕천여중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최첨단 기술을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배우는 ‘디지털 놀이터’로 완전히 변신했다. 과거 배움을 전수하던 교실에는 코딩 체험 부스와 메타버스 체험존, 로봇 실습 공간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평일마다 현장 체험학습을 온 초등학교 5·6학년생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토요일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오전 9시 30분, 낮 12시 30분, 오후 3시 세 차례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회차당 50명 정원인데, 접수 하루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다. 개관 1년 만에 3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에는 각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111개 기관 관계자 1776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폐교가 전국적인 ‘디지털 교육 모델’로 탈바꿈한 셈이다.

유영옥 부산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장은 인기 비결로 풍부한 첨단 기자재와 낮은 문턱을 꼽았다. 유 원장은 “학생 1인당 1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신 기자재를 갖췄는데, 일반 학교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학교 단체 교육부터 시민 강좌까지 문턱을 낮춘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산 북구 SW·AI교육거점센터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교육청은 AI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디지털 융합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 SW·AI교육거점센터는 그 전진기지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AI를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게임과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힌다. 기술을 배우는 동시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른다. 유 원장은 “올해엔 AI 활용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심화 과정을 다양하게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라며 “또 로보틱스, 생성형 AI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등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젝트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부산교육청은 교사와 학생이 AI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프롬프트(명령어) 엔지니어링 과정을 도입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에게 더 정확하고 창의적인 질문을 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점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만든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AI가 모든 정답을 알려주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이라고 했다.

AI는 교실 밖 행정 업무에도 스며들고 있다. 교직원들의 문서 작성을 돕는 ‘Pen GPT’와 학생들의 대입 면접을 지원하는 ‘진학 Pen AI’가 대표적이다. ‘Pen’은 부산 교육 네트워크(Pusan Education Network)의 약자다.

지난해 9월부터 도입된 ‘Pen GPT’는 부산시교육청의 각종 매뉴얼과 기본계획 등을 학습한 AI 비서다. 문서 요약과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등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한다. 부산시교육청 설문(지난해 10월, 응답자 3333명)에서 교직원 81.5%가 Pen GPT 기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Pen GPT를 도입한 장용석 주무관은 이달 부산교육청 ’2025년 하반기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진학 Pen AI’는 수험생들의 면접 준비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AI가 학교생활기록부를 분석해 맞춤형 질문을 만들고, 모의 면접 결과를 종합 리포트로 제공한다. 시선 분포와 제스처, 자세 각도, 어깨 움직임 등 행동 분석은 물론, 목소리 톤과 말하는 속도까지 짚어낸다. 지난해 5만7000여 명이 이용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두 AI를 고도화 해 현장 적용력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교육청은 올해 고등학교 7개교를 ‘AI·빅데이터 융합 교육 중심 학교’로 지정해 운영한다. 기초 코딩에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프로젝트 수업까지 단계적으로 심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할 예정이다. 놀이 중심 교육에 AI를 접목한 ‘미래 아이(AI)유치원’도 함께 운영한다.

AI 윤리교육도 확대한다. 안전하고 책임 있게 AI를 활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사·학습자용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하고, 학교로 찾아가는 AI 윤리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올해는 디지털·AI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며 “학생들의 AI활용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등 미래 교육에 더욱 힘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