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서 시도되는 지역 산업과 기업, 대학을 연계한 균형 발전 전략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의 생산 공장이 있는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개발을 서울·수도권의 연구소가 아닌 지역 대학이 맡고,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호응도 크다.
주인공은 국립창원대와 LG전자 ES본부가 함께 추진하는 ‘LG전자 HVAC(냉난방공조) 연구센터’다. 24일 국립창원대에 따르면 LG전자는 약 500억원을 투입해 교내에 연면적 1만3200㎡ 규모의 첨단 HVAC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2027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이곳에서는 가정용 에어컨부터 초대형 냉동기(칠러),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까지 차세대 냉난방공조 기술을 연구한다. 극지의 혹한부터 열대 기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제품 개발이 핵심 과제다. LG전자가 지역 대학에 연구 시설을 직접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2월 8일 이재명 정부 첫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우수 산학 협력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은 이를 ‘산학일치’의 선도 모델로 평가한다. 기업은 지역 인재와 연구 자원을 가까이에서 활용하고, 대학은 세계적 기업과 협력해 교육·연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민원 총장은 “LG전자 HVAC 연구센터는 지역의 대표 기업과 경남의 중심 국립창원대가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학 협력 기반의 지역 혁신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지난 2024년 2월 취임 이후 ‘변화와 혁신’을 내세워 대학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역 산업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립창원대는 ‘K방산·K원전·K스마트제조’를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D.N.A+(Defense, Nuclear & Nature energy, Autonomous & Aerospace)’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방산과 원자력, 스마트 제조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이끌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 내 D.N.A+연구소는 작년 교육부 글로컬랩 사업에 선정돼 9년간 총 180억원을 지원받는다.
창원에 본원을 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지난해 1월 협약을 통해 세 기관은 공동 연구·개발과 투자, 장비 공동 구축·활용, 교육 인프라 조성, 연구원 겸임 교원 제도 운영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지역 대학과 출연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박 총장은 취임과 동시에 캠퍼스의 문을 지역 사회에 활짝 열었다. 전국 국립대 중 최초로 정문을 ‘보행자 전용길’로 만들고, 탁연지(濯硯池·벼루를 씻는 연못)를 조성해 대학을 주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26년간 무단 경작 등으로 방치돼 있던 정문 앞 일대도 1년간 설득 끝에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박민원 총장은 “대학의 DNA와 지역의 DNA를 일치시켜 대학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가전략산업 중심대학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