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 본원을 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재료연구원(KIMS)이 국내외 산업계와 연구계를 잇는 ‘글로벌 머티리얼즈 오픈 플랫폼(Global Materials Open Platform)’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기술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실에 머물던 기술을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하는 실전형 협력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을 소재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5일 KIMS에 따르면 KIMS는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 최초로 ‘블록펀딩형 공동연구센터’를 추진 중이다. 블록펀딩형 공동연구센터는 민간 기업이 예산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연구원이 선제적으로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개별적으로 의뢰하는 ‘외주형’ 구조와 달리, 기업과 연구소가 장기 비전을 공유하며 공동으로 기술 전략을 설계하는 모델이다. 특히 기업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이 기술 방향을 먼저 제안하고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 사례가 KIMS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설립한 ‘한화재료공동연구센터’다. 이곳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항공 엔진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무인기용 첨단 엔진에 적용되는 니켈·티타늄 합금 기술과 고온 환경용 열차폐 코팅 공정을 고도화해 방산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삼성중공업과 설립한 ‘재료혁신연구센터’도 비슷한 맥락이다. 섭씨 영하 163도의 극저온을 견뎌야 하는 LNG 화물창 소재를 개발하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의 3D 프린팅 제작을 지원하는 등 전통 조선 산업에 첨단 제조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KIMS의 오픈 플랫폼 전략은 해외로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NIMS)와 양국에 동시에 개소한 ‘국제공동연구센터’가 대표적이다. 두 기관은 약 1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바탕으로 자성 재료와 세라믹 소재 분야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소(IMR)와도 차세대 이차전지와 수소 저장 합금 등 에너지 전환 소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연구자 상호 초청 세미나를 정례화하는 등 협력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강화했다는 평가다.
KIMS 최철진 원장은 “국내외를 막론한 공동연구센터 설립은 대한민국 소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보루”라며 “국가 전략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산업 적용, 국제 협력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묶어내 대한민국 재료 기술의 미래를 세계로 확장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