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부산 남구 우암동 부산지식산업센터 5층 해양드론기술 연구소. 연구소 한편에 성인 팔길이만 한 드론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겉모습은 다른 드론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힘이 장사다. 최대 탑재 중량이 50kg에 달한다. 생수 상자 여러 개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무게다. 바다와 산을 넘나들며 다양한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다. 박성운 해양드론기술 AI플랫폼사업본부장은 “드론이 어군 탐지, 수색 구조, 화재 감시, 군물자 수송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21년 설립된 드론 전문 업체 해양드론기술은 부산에 본사를 둔 회사다. 2024년 해양 드론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한 이후 공공 안전, 해양 물류, 산업 인프라 관리 분야로 사업을 넓혀왔다. 단순히 드론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중량 드론 기체와 AI운항 관리 플랫폼을 통합한 ‘토탈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드론이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안전하게 날아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시스템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올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 부산 대표 기업 중 하나로 참가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드론이 단순 취미용 장비를 넘어 산업 현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무대였다. 박성운 본부장은 “설립 이후 연구개발(R&D)과 서비스 운영을 꾸준히 개선한 결과, 지난해 국토교통부 드론우수사업자로 인증받는 등 드론 활용 분야를 선도하는 기술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기업들은 올해 CES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부산시와 28개 혁신기업, 관련 기관은 ‘팀 부산(TEAM BUSAN) 2기’를 꾸려 참가했다. 부산시는 전시장 내 30개 부스를 확보해 역대 최대 규모의 ‘통합부산관’을 운영했다. 부산의 기술력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세계 시장에 선보인 셈이다. 부산 기업들은 총 443건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고, 2867만달러(한화 약 418억원) 규모의 계약 추진 실적을 올렸다. 이는 1년 이내 계약 성사가 예상되는 금액으로, 지난해 ‘CES 2025’에서 기록한 1739만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글로벌 투자사와 바이어와의 1대1 비즈니스 미팅도 65건에 달해 부산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실제 협력 논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통합부산관에서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스마트 항만 등 부산시가 중점 육성 중인 첨단전략산업 분야 기술과 제품들이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양·물류 도시’라는 부산의 정체성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AI 기반 콘텐츠 생성 기업인 스튜디오랩은 피지컬 AI 기술을 접목한 ‘사진작가 로봇’(젠시 PB)으로 올해 CES 공간 컴퓨팅 분야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 팔이 스스로 움직이며 피사체를 인식해 최적의 구도를 잡고 촬영과 인화까지 마친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해 제품 사진과 키워드만 입력하면 약 30초 만에 온라인 판매 페이지를 완성한다. 올해 CES에서도 이같은 콘텐츠 제작과 전자상거래 과정을 단숨에 줄이는 기술로 주목 받았다.
부산의 해양산업 기술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선해양 분야 기업 맵시는 세계 3대 해운사인 프랑스 씨엠에이 씨지엠(CMA CGM)이 보유한 약 600척 선박에 항해시스템 도입을 논의하며 상용화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개발된 기술이 글로벌 선단에 적용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이번 CES 2026은 부산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킨 자리였다”며 “실질적인 투자와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