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구청 민원여권과의 모습. 여권을 발급받거나 갱신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동탄구청은 지난 1일 문을 연 ‘신생 구청’이다. 화성시에는 지난 1일부터 동탄구 등 4개 구(區)가 생겼다. /김지호 기자

지난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효행구청 민원토지과. 시민 10여 명이 줄을 섰다. 효행구청은 지난 1일 문을 연 ‘신생 구청’이다. 효행구 봉담읍 와우리에 사는 김지수(42)씨는 “예전엔 간단한 서류 하나 떼는 데도 차를 몰고 18㎞ 떨어진 시청이나 10㎞ 떨어진 동부출장소까지 가야 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오늘은 5분 만에 왔다”고 했다.

화성시는 지난 1일 만세구, 효행구, 병점구, 동탄구 등 4개 구청을 신설했다. 한 도시에 구청 4곳이 한 번에 생긴 건 전국 최초다. 지난 11일과 19일 이 네 곳을 찾아가 보니 민원실마다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인구 106만명 도시에 구청 하나 없고 그동안 너무했다”고 했다.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화성군이 화성시로 승격한 2001년 인구는 약 21만명. 10년도 안 된 2010년 50만명을 넘겼다. 그리고 2023년 인구 100만명을 돌파해 특례시가 됐다. 현재 인구는 106만명. 최근 15년 새 2배로 성장했다. 동탄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면서 인구가 급증했다.

그래픽=이진영

그러나 행정 서비스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시민들 불편이 컸다.

화성시는 도·농 복합 도시로 면적이 844㎢다. 서울의 1.4배 수준이다. 서쪽에서 동쪽까지 직선거리가 약 47㎞다. 서울처럼 지하철 등 대중교통망이 촘촘한 것도 아니다.

신도시는 동쪽에 집중적으로 조성됐으나 시청은 서쪽에 치우쳐 있다. 남양읍에 있는 시청은 화성군청이 있던 자리다.

이 때문에 동부 지역 시민들은 버스를 1~2번 갈아타고 1~2시간씩 걸려 시청을 찾는 일도 잦았다. 직장인 박종훈(52)씨는 “예전엔 여권 갱신하려면 연차나 반차를 써야 했다”고 했다.

시민들 민원이 쏟아지자 화성시는 동쪽 신도시 지역에 출장소 2곳을 냈다. 2001년 동부출장소와 2018년 동탄출장소다. 출장소는 시청의 단순 민원 업무만 할 수 있는 임시 사무소로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새로 생긴 구청에선 부동산 거래 신고, 토지 거래 허가, 여권 발급 등 생활 민원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시청이 하던 개발 인·허가, 주정차 단속 등 업무도 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민원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30%는 단축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부동산 관련 민원인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구청 4곳이 생기면서 관련 법에 따라 보건소도 3곳에서 4곳으로 늘었다. 2곳인 선거관리위원회도 구마다 1곳씩 신설됐다. 구청 신설 효과다.

구청 신설은 화성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인구 50만명을 넘으면 구청을 설치할 수 있다. 화성은 2010년 이 기준을 넘겼지만 실제 구청 신설까지 16년이 걸렸다. 화성시 관계자는 “그동안 구의 이름과 경계, 구청의 위치 등을 놓고 주민 의견이 분분했다”고 했다.

‘임기 내 구청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명근 시장이 2022년 당선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시민 공청회, 설문조사 등을 거쳐 2024년 설치 계획을 마련했고 행정안전부가 작년 8월 최종 승인했다.

각 구의 경계는 이른바 ‘30분 도시’를 목표로 그렸다. 화성시 관계자는 “화성시민 누구나 30분 이내 시청이나 구청에 들러 행정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경계를 정했다”고 했다.

구 이름은 시민 공모와 설문조사를 거쳐 확정했다. 병점구와 동탄구는 지역 이름을 그대로 썼다. 만세구는 일제강점기 독립만세운동의 역사를 반영한 이름이다. 1919년 4월 화성군 제암리에서는 주민 1000여 명이 독립만세운동을 했다. 제암리에는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도 있다.

효행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융릉과 건릉이 있다. 융릉은 조선 사도세자(장조), 건릉은 정조의 능이다. 효행구란 이름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구가 어디에 있는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지역명을 따는 게 더 실용적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성시에 따르면, 구청 4곳을 신설하는 데 총 165억원이 들었다. 청사를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도로표지판 등도 바꿔야 한다. 화성시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기존 공공청사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했다. 동탄구청과 병점구청은 각각 동탄출장소와 동부출장소를 새 단장해 만들었다. 만세구청은 이례적으로 화성시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 사무실을 냈다. 효행구청은 민간 건물을 임차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화성시 인구가 더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신청사를 짓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4개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총 793명이다. 화성시는 시청 공무원을 각 구청으로 발령 냈다. 화성시는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올해 신규 채용 인원을 작년(347명)보다 10% 늘릴 계획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화성은 도시 지역인 동부와 농촌 지역인 서부의 격차가 크다”며 “구청 신설은 단순히 행정기관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4개 권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려는 시도”라고 했다. 화성시는 지역 특성을 살린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