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대전시장이 11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 행정 통합 추진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행정안전부에 공식 요청했다. /뉴시스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 통합 추진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행정안전부에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이번 건의는 대전시의회가 ‘대전·충남 행정 통합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수렴된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대전시는 밝혔다.

이장우 시장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전·충남 행정 통합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대개조의 출발점”이라며 “그만큼 추진 과정에서의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의 직접 참여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그동안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해법으로 충남과의 행정 통합을 추진해 왔다. 기존의 칸막이식 행정구역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중앙 권한의 대폭 이양을 통해 지방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는 고도의 자치권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러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의 중인 특별법안이 재정 자율권 및 사무 권한 이양 등 핵심 분야에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 실질적인 자치권 확보라는 통합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촉박한 국회 심사 일정으로 인해 주민 숙의와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역 여론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회 전자청원에는 주민투표 실시 등을 요구하는 시민 1만8000여 명의 동의가 결집됐고, 대전시의회에 접수된 소통 요구 민원도 1536건에 이른다. 또 지난해 12월 실시된 대전시의회 여론조사 결과, 대전 시민의 67.8%가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등 주민의 직접 참여에 대한 요구도 큰 상황이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10일 김진오(국민의힘·서구2)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전·충남 행정 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석 18명 중 찬성 16명, 반대 2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결의안은 “대전 시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전·충남 행정 통합 내용과 조건이 본질에서 변경된 현 상황에서, 주민의 직접적인 의사가 확인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및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즉각 시행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시는 ‘주민투표법’ 제8조에 따른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행안부에 공식 건의하는 한편 시의회에 ‘행정 통합 의견 청취의 건’을 제출해 변화된 입법 환경에 대한 민의를 다시 한번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이 시장은 “행정 통합의 본래 취지와 목적이 사라지고 정부와 여당은 국회 행안위 심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부·여당안으로 제출된 행정 통합 특별법안은 지방분권 가치와 의지가 훼손돼 시도민들도 이를 인지하면서 주민들 의견도 변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통합의 주체인 시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적극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향후 행정안전부의 검토 결과에 따라 관련 후속 절차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시장은 “지금 행안부 논의 과정을 보니, 통합을 추진하는 광역 단체가 부산·경남까지 4곳인데 연간 20조 재원에 대한 추계가 나오지 않는 듯하다”면서 “이대로 밀어붙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갈등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를 똑같이 조정해 적용한 통합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진행한 윤호중 행안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대전·충남이 혹시 부산·경남처럼 (통합이) 어려울 수 있겠다 판단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말하자면 압박하는 건데, 뭐가 손해가 될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통합 후 극심한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고 권한 이양이 담보되지 않는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그런 통합을 원하면 먼저 하고, 그 부작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정상 지방선거 전 주민투표 실시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시장은 “김경수 지방시대 위원장도 행정 통합 관련 주민 의사가 중요하고,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행안부 장관이 2월 20일까지 답을 주면 3월 25일 공표해 30일 이내 주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