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지법 청사 전경./뉴스1

성인 부랑인 수용 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에 20여 년간 강제 수용됐던 60대 남성에게 국가가 13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태균)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 수용 피해자인 전봉수(62)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하며, 청구한 손해배상액 18억8800만원 가운데 13억원을 인정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전씨는 2014년 12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 수용 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씨는 국가로부터 1년에 8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은 부산 형제복지원 사례를 근거로 23년 6개월에 해당하는 18억 8800만원 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된 사실, 시설에 감금되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근로를 한 부분 등은 모두 인권 침해로 원고의 권리가 침해된 점이 인정된다”며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한 지도·관리·감독 사무는 국가의 사무로서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 이후 전씨는 “기쁘다. 집을 사서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 수용됐던 전봉수 씨가 대구지법 앞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스1

이번 소송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뤄졌다.

2024년 9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대구시립희망원과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 부랑인 수용 시설 4곳의 인권 침해에 대한 진실 규명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전씨는 1998년 11월 충남 천안역에서 놀다가 신원 미상의 스님에게 “국밥을 사준다”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 수용됐다. 이후 전씨는 7~8명과 한 방에서 생활하며 종이가방을 만드는 등 강제 노역을 했다. 그렇게 20년 넘게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했다. 그러다 2022년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구시는 자진 퇴소 희망자를 접수했고, 전씨는 그해 7월 퇴소했다. 이후 대구 지역 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주택에서 생활하다가 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가족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