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가 이제 인구 320만명 초광역 경제 공동체가 되는 겁니다. 서울 못지않은 권한을 갖게 됩니다.”(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
“결국 그 권한 광주로 쏠릴 것 아닙니까. ‘빨대 효과’ 걱정 안 되세요?”(순천 지역 주민)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 국제회의장.
전남도가 주최한 ‘행정 통합 타운홀 미팅’에 광주·전남 곳곳에서 200여 명이 몰렸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질문 30여 개가 쏟아졌다. 전남도는 지난달 19일 이후 지역 곳곳을 돌며 주민 공청회를 열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열일곱 번째다.
광주·전남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빠르게 행정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자치단체의 이름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역 현장에선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여수·순천 지역 주민들은 “논의가 광주시청이 있는 광주와 전남도청이 있는 무안 등 호남 서부권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수에서 온 박민호(50)씨는 “전남에서 여수·순천·광양이 세금을 제일 많이 내는데 ‘패싱’당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 투표도 하지 않고 졸속으로 통합을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강 부지사는 “이번엔 정부가 ‘입학 시험 날짜’를 정했고, 4년간 20조원을 지원하기로 해 통합이 확실시된다”며 “2월 말 특별법 제정 때까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행정 통합이 되면 주청사를 두지 않고 순천에 있는 전남 동부청사, 무안에 있는 남악청사, 광주청사 3곳을 두루 사용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전남도청이 있는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 주민들은 “전남도청이 들어선 지 20년 만에 겨우 신도시가 자리를 잡았는데 광주에 흡수 통합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인중개사 김모(53)씨는 “통합 얘기가 나오고 문의 전화가 20% 늘었다”며 “대부분 집을 언제 팔아야 하는지 묻는 전화”라고 했다.
공직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광주시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0일 “광주 공무원 80.6%가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전남도 공무원노조도 지난달 21일 “조합원 56.8%가 ‘통합이 성급하고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특히 광주 교사들 사이에서는 ‘신안이나 완도 등 섬으로 발령 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괴담처럼 퍼지고 있다. 광주·전남 교육감이 “본인 동의 없이 광주 교사가 전남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인센티브에 대한 불신도 있다. 여수 주민 최모(67)씨는 “정부는 2006년 한의대 신설을 약속하면서 전남대와 여수대를 통합했지만 지금껏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고 했다.
행정 통합 특별법에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관련 산업 인프라를 갖춘 전남 해남과 나주는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유치한 해남군 관계자는 “산업 단지에 대한 투자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모적인 경쟁이 줄어 기업 유치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해남 주민들은 “인구 소멸 지역인 해남 땅값이 크게 오를 것 같다”고 했다. 나주에는 한국전력 본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 등이 있어 주민들이 행정 통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와 가까운 장성·화순·담양 등 주민들은 “행정 구역이란 장벽이 사라지면 일상생활이 더 편해질 것 같다”고 했다. 장성군 진원면 주민 박동일(63)씨는 “예전엔 행정구역 때문에 광주 시내버스가 장성까지 들어오지 못했다”며 “앞으로 광주 시내버스 타고 광주로 출퇴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화순에 사는 강정희(43)씨는 “굳이 집값이 비싼 광주로 이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